내가 쓰는 것들
정원에서 사진을 찍다 보면 지갑형 케이스가 씌워진 폰카부터, 셀카봉 + 폰카 또는 액션캠 조합이나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와 비슷한 카메라를 든 사람까지 다양한 카메라를 본다. 사진을 찍는 도구는 다양하고, 모두가 예쁜 꽃을 담기 위해 각자의 이유로 다양한 도구를 쓰고 있다. 나도 나름대로의 이유로 지금의 카메라와 렌즈를 쓰고 있다.
나는 사진을 찍는 데 있어 도구보다는 바라보는 방법이 더 중요하지만, 내 작업의 한계를 늘려주거나 다른 시각을 갖게 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렌즈를 못 바꾸는 콤팩트 카메라부터 시작해, 필름 카메라나 크롭 센서가 탑재된 DSLR이나, 35mm 센서가 탑재된 미러리스 카메라를 쓰면서 나름의 이유나 허세 때문에 여러 카메라를 사고팔며 써봤다. 다양한 렌즈를 사서 사진을 여러 번 찍어보고,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서 현재는 용도에 맞게 장비를 어느 정도 정리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사용했거나 사용하고 있는 도구들의 쓰임새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바디보다 렌즈가 더 체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렌즈에 대한 설명이 더 많다.
카메라를 고르면서 필요했거나 유용하게 썼던 몇몇 요소들이 있다.
배경의 공간감을 표현하는 데 있어 카메라의 센서 크기는 클수록 유리하다.
APS-C 같은 35mm 풀프레임 센서에서 크롭한 센서가 달린 바디를 사용할 경우, 환산 화각을 일일이 계산해야 해서 귀찮다.
렌즈를 여러 개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 렌즈를 갈아 끼울 수 있는 카메라가 그렇지 않은 카메라보다 표현의 자유도가 높다.
화소수가 높을수록 이미지 해상도가 커진다. 동일 크기로 리사이즈한 이미지에서도 화소수가 높은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가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모니터나 폰/태블릿 같은 단말 스크린 해상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화소수가 높으면 유리한 점이 많아진다.
대부분의 식물원이나 정원은 삼각대를 챙겨갈 수 없고, 의외로 어두운 장소가 많다. 바디든 렌즈든 어딘가에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다면 촬영할 때 유리한데, 이왕이면 바디에 붙어있는 것이 렌즈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세로그립이 있다면 세로사진을 찍을 때 팔을 꺾지 않아도 돼서 조금 더 편한 촬영이 가능하다.
셔터 충격이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
셔터스피드 최대 지원 속도가 빠를수록 맑은 날 촬영하기 편하다.
좋은 카메라일수록 연사성능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은데, 연사기능은 피사체 대부분이 정적인 정원사진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액정 회전/틸트 가능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꽃들은 눈높이보다 아래에 있는데, 눈높이와 비슷한 높이보다는 눈높이보다 낮게 찍을 일이 비일비재하므로 액정이 회전된다면 구도를 잡을 때 매우 쾌적해진다.
렌즈를 고르면서 느꼈던 점들은 이렇다.
정원사진은 의외로 수동렌즈로 촬영하기 편하다. 꽃과 나무는 찍으러 다가간다고 도망가지 않으며, 바람에 흔들려서 초점이 앞뒤로 안 맞는 건 AF렌즈든 MF렌즈든 비슷하다.
선호하는 이미지에 따라 꼭 F1.4 정도의 밝은 렌즈를 찾을 필요는 없다. 물론 있으면 심도 표현이나 배경 처리에 유리하지만 필수는 아니다.
취향의 영역이나, 주변부 화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배경 표현이 좋거나 특이한 렌즈가 더 예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유리할 수도 있다. 주변부 화질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잠깐 보고 지나갈 때는 주변부 화질이 의외로 크게 거슬리지 않을 것이다.
줌렌즈보다는 단렌즈가 배경 표현이나 해상력 등 여러 면에서 더 낫다. 촬영 습관에 따라 다르지만, 줌렌즈는 보통 최소/최대 화각 2개의 단렌즈와 동일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마크로렌즈는 망원일수록 배경 처리 및 작업거리(렌즈와 피사체 사이 거리)에 있어 유리한 점이 많지만, 무게로 인해 촬영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비 오는 날 레인커버를 씌우고 촬영한다면, 어느 정도 굵기가 있는 AF렌즈가 유리하다.
필터 지름이 77mm를 넘어가는 렌즈는 액세서리 호환성이 별로 좋지 않다.
그리고, 화각별로 정원에서 쓰임새나 신경 쓰는 점들이 다르다.
30mm는 폰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각이고, 27~28mm는 렌즈를 갈아낄 수 있는 일반적인 DSLR/미러리스 카메라의 번들렌즈 최소 화각이다. 그 이하로 갈수록 같은 위치에서 담을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
이 화각대 렌즈는 주로 풍경사진을 찍을 때 많이 쓴다. 정원에서도 주로 쓰이는 용도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정원의 모습을 담을 때 사용하게 될 것이다. 나는 프레임 안에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렇게는 잘 쓰지 않는다.
수목원이나 숲에 가면 길이 좁아서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는데 넓게 담아야 하는 상황을 생각보다 자주 마주치게 된다. 이럴 때 이 화각대 렌즈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프레임 내에서 원근감을 보다 강조하고자 할 때도 유리하다. 개인적으로는 특정 상황에서는 유리하나 이 화각대 렌즈 하나만 가지고 촬영하기엔 아쉬움을 느껴서 쓰지 않는 편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정원 또는 숲 같은 곳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35mm는 렌즈를 갈아 끼우지 못하는 비싼 카메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화각이고, 50mm는 DSLR 카메라를 살 때 가장 많이 추천해주는 단렌즈 화각이거나 렌즈가 2개 이상 달린 스마트폰에서 망원쪽 화각에 가깝다.
넓고 멀거나 좁고 가깝게 담는 데 모두 유리하며, 가장 범용적으로 사용 가능한 화각이다. 선호하는 거리나 시야에 따라 취향이 갈릴 수 있지만, 두 화각 모두 쓰임새는 비슷하다. 30mm 이하급 렌즈에서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배경 흐림이나 보케 표현이 본격적으로 신경 쓰이는 구간이다. 이 화각대 렌즈 하나만으로도 정원이나 수목원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무난한 촬영이 가능하다.
두 화각대 모두 비슷한 구도로 사진을 찍는 데 사용해서 렌즈 특성에 따라 촬영 때 가져갈 렌즈를 정하지만 굳이 용도를 나눠본다면, 35mm 렌즈는 주로 넓게 찍을 일이 조금 더 많거나 정원이 좁을 때 가져가며, 50mm 렌즈는 좁게 찍을 일이 조금 더 많을 때나 정원이 넓어서 50mm 화각으로도 넓은 느낌을 충분히 표현 가능할 때 가져가는 편이다.
보통 70~80mm 사이 화각은 번들 렌즈나 표준줌렌즈의 최대 화각 또는 50mm 렌즈를 크롭 바디에서 사용했을 때 볼 수 있는 화각이고, 85mm 이상부터는 주로 인물용 렌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각이다.
광각이나 표준렌즈와는 달리, 이 화각대부터는 내 눈과 프레임 안의 시야 차이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번들 줌렌즈나 50mm 정도 표준렌즈로 넓게 보는 것에 익숙했다면, 망원렌즈를 처음 사용했을 때 적응하기 상당히 힘들 수도 있다. 실제로도 일반적인 정원 촬영 시 다루기 힘들었던 화각이다.
정원에는 출입금지구역이 굉장히 넓게 지정된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출입 금지 구역 안쪽 범위로 구도를 잡을 때 광각~표준 화각으로는 힘들 순간이 많다. 이럴 때 망원렌즈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리고 봄~여름 사이에 높은 나무에서 피는 꽃들을 가까이 잡고자 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하지만, 좁은 정원이나 꽃에 충분히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곳에서는 표준렌즈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마크로렌즈는 최소초점거리가 굉장히 짧은 렌즈다. 일반적인 렌즈와는 주로 사용하는 상황이 다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마크로렌즈는 주로 50mm~75mm / 90mm~105mm / 150~180mm 화각대로 나눌 수 있다. 90~100mm 화각을 기점으로, 표준이나 망원으로 갈수록 개성이 또렷해지는 편이다. 준망원~망원 화각으로 센서 크키와 실제 피사체의 크기를 1:1 비율로 가깝게 잡을 수 있는 렌즈가 대부분이지만, 1:2 정도 비율로 약간 멀리서 담을 수 있지만 조금 더 밝은 렌즈들도 있다. 가깝게 찍을 수 있다고 최소초점거리 근처에서 1:1 비율로 찍는 것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 화각대의 보통 렌즈보다는 표현이 투박하지만 비슷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마크로렌즈에 대해서는 이후 글에서 따로 설명할 예정이다.
나는 작업을 할 때 내가 어떤 정원에서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지에 따라 챙겨가는 렌즈를 결정한다. 위에서 설명한 렌즈의 특성이나 생각을 바탕으로 정원의 넓이나 특징, 계절, 피사체를 다룰 거리에 따라 주로 다룰 화각대를 정한다. 그 다음으로, 배경 흐림 등 렌즈의 특성에 따라 가져갈 렌즈를 정한다.
나는 보통 한 장소에 하나의 렌즈만 갖고 촬영하는 편이며, 접사로든 넓게 찍을 것이든 많은 큰 수목원이나 여행을 갈 때는 마크로렌즈 + 일반렌즈 1개씩 정도로만 촬영하는 편이다. 단렌즈 위주로 촬영하는데 렌즈를 매번 여러 개 가지고 다니는 것은 무게도 부담되고, 렌즈를 일일이 갈아 끼우기도 귀찮을뿐더러, 화각의 차이로 인해 사진들의 시야가 제각각이라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의 느낌이 서로 통일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