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초록

2015.12 교토 정원여행 - 호넨인과 철학의 길

걷다 쉬다 걷다

by 빛샘


매번 여행길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걷는 데 쓰고는 했다. 대마도에서도, 제주도에서도, 기타 등등 여행길 대부분은 항상 포인트까지 걷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 것 같다. 다행히 교토든 오사카든 내가 가고자 하는 포인트 근처에는 버스나 지하철이 잘 되어 있었다. 덕분에 이동에 그리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다 보니, 문득 걷기 좋은 길이 있으면 일부러 걷고 싶어졌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짤 때 걷기 좋은 길을 반영해서 동선을 짰다.


철학의 길은 은각사 앞쪽부터 작은 강을 따라 구마노냐쿠오지 신사까지 이어진 길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의외로 길이 짧지도 않았고, 스트릿 뷰나 검색으로 살펴보니 강을 따라 걷기에 꽤 한적해 보이는 길이었다. 중간에 호넨인도 가보기로 했다.


은각사를 잘 보고 나온 뒤, 또다시 인사동 입구처럼 소란스러운 은각사 앞길을 지나왔다. 강가에 가니 철학의 길이 이쪽이라고 친절하게 표지판까지 있더라. 왠지 강을 따라 내려간다니 청계천, 갑천, 탄천 이런 곳들이 생각났다. 마침 하늘도 매우 맑아서 걷기 좋은 날이었다. 계획대로 이런 길을 천천히 따라 걷는 것도 꽤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이 길은 은각사와 마찬가지로 A7R2에 loxia 2/35를 끼우고 걸었다.






길가에는 벚나무가 많았지만, 지금은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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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넨인으로 가는 길



길은 좁았고, 중간중간 다리가 많았다. 도시라기보다는 어디 한적한 교외의 강가 길을 따라 걷는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한국어가 꽤 자주 들렸고, 사진을 찍으려 할 때마다 구도에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이 걸렸다. 햇볕이 꽤 강해서 진짜 12월 맞나 싶을 정도로 따뜻했다.






중간에 호넨인을 들렀다. 은각사에서 1/3 정도 내려갔다 싶을 때 동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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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넨인은 특정 시기를 제외하고는 입장료가 무료다. 나는 각종 야간개장이나 축제 등이 끝났거나 시작하기 전인 굉장히 애매한 시즌에 와서 여기도 무료로 봄.


이곳은 이끼, 연못, 다리, 호수, 벽 같은 숲 등 흔한 일본식 정원의 특색은 모두 갖췄다. 은각사보다는 조금 더 아기자기했고, 숲이 더 무성해서 그늘 아래 있는 느낌이 더욱 강했다.




이런 이끼는 풀이 아니라 작은 나무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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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의자 같은 건 없고, 사람도 없었지만 그냥 조용히 쉴 수 있는 곳이었다. 철학의 길에서 들려오던 사진을 찍어 달라는 소리나, 강 서쪽의 노점상들도 보이지 않았다. 숲이 절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고, 새소리마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철학의 길이라, 여기도 사람이 많을 것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여긴 사람이 별로 없었다. 덕분에 꽤 조용히 쉬었다 가긴 했는데... 입장료를 받는 시기가 사람이 많이 오는 시기인 모양이다.


이렇게나 빛이 좋은데.






강을 기준으로 동쪽은 마을이, 서쪽은 상점들이 있었다.



철학의 길은 강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그냥 집들이, 서쪽에는 집들과 상점들이 섞여 있었다. 물건도 팔고, 커피도 팔고. 기본적으로 가게들이 잠깐 쉬었다 가기 좋게끔 되어 있었다. 굳이 가게를 들어가지 않더라도, 강가에 중간중간 의자가 많으니 쉬었다 가긴 참 좋다.


약간 북촌 느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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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햇살을 받으며 다시 난젠지를 향해 걸었다. 하필 해가 길 앞쪽으로 비추는 바람에 가면서 엄청 눈부셨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풍경이 좋아진다. 비록 길가에 심어진 벚나무들은 낙엽이 거의 다 떨어진 채였지만, 동백꽃들과 다른 나무들이 단풍이 든 채로 주변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벚꽃이 만개할 때는 벚꽃 수만큼 여기에 사람이 있겠지.




구마노냐쿠오지 신사 근처까지 내려오니 작품 활동을 하는 분들부터 시작해서 은각사 입구처럼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다들 초입이나 중간 정도에서 다른 곳으로 새는 것 같았다.





철학의 길은 강을 따라 그냥 생각 없이 걸어도 좋은 것 같았다. 중간에 호넨인 등 둘러볼 곳들도 있어서 잠깐 쉬다 오는 것도 괜찮고. 강을 따라 걷는 느낌은 마치 이즈하라 운하길을 걷는 것 같았다. 다만 강둑이 높이가 좀 있는데 안전망 이런 게 없으니 사진 찍다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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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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