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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Aug 28. 2016

다시 보면 더 예쁘다

2016.07. 제주 정원여행 - 여미지식물원

이번 제주여행에서 꽃을 예쁘게 담을 장소로 상효원, 카멜리아힐, 여미지식물원 총 세 곳을 꼽았었다. 꽃을 더욱 예쁘게 담기로 하고 사람 정강이만한 180마를 챙겨간 만큼, 저 세 곳은 시간을 여유롭게 쓰며 꽃을 예쁘게 담고자 했다. 


상효원과 카멜리아힐을 돌아본 후, 나는 여미지식물원으로 향했다. 다른 곳과 달리 여기는 사람이 붐비는 중문관광단지 한복판에 있다. 카멜리아힐에서 중문까지 내려온 다음, 근처 식당에서 밥도 먹고 카페에서 좀 쉬다가 정원으로 향했다. 

카페에서 쉴 때 해가 드는 것을 보고 후다닥 일어나서 나갔는데, 나가자마자 다시 구름이 끼더라. 







여미지식물원은 중앙 온실과 광장을 중심으로, 식물원 주변에 여러 정원들이 퍼져 있었다. 

역시나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수국이 있다. 여기 수국은 다른 곳과 달리 핑크색 품종이 많았다. 



최근 정원을 찍으면서, 문득 이 구도에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수국길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해바라기들이 한 데 뭉쳐있다. 키가 작은 것부터 큰 것들과, 꽃술 부분이 잘 보이는 것부터 안 보이는 것까지 다양한 품종들이 있었다. 색도 다양하더라. 



 



해바라기가 모여 있는 구역 주변에는 루드베키아나 비비추 등 각종 꽃들이 빽빽이 모여있었다. 여태껏 봐온 정원들보다 여기가 더 빽빽한 느낌이 강해 보였다. 





광장은 넓은 잔디밭으로 되어 있었고, 다듬어진 나무들이 있었다. 

능소화는 이제 막바지인지 꽤 많이 떨어져 있었다. 





가다가 언덕 아래로 내려가니 프랑스정원과 이탈리아정원이 있었다.

각 구역 넓이는 그렇게 넓진 않지만, 나름대로 실제 그 지역에서 보여야 할 것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있었다. 마침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아서 조용히 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쉴 수 있었다. 


이 구역들은 광각렌즈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정원은 백합류 꽃과 호수를 덮은 연잎이 마치 창경궁 후원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후원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일본정원은 풍경이 압축되다 만 느낌이 들었다. 여기만큼 좁은 공간에 더 많은 풍경이 압축되어 있던데. 

치온인이 생각났다. 





온실에서 먼 구역은 특정 테마로 정원이 꾸며져 있고, 가까운 구역은 특별한 테마까지는 느껴지지 않지만 다양한 꽃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바깥쪽과 안쪽을 번갈아가며 천천히 걸었다. 가끔 노면전차가 지나가더라.






35mm로 정원의 대략적인 풍경을 담고, 중앙 대온실로 향했다. 

여기서부터는 180마를 쓰기로 했다. 





온실은 5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사쿠야코노하나칸과 비슷한 느낌인데, 거기보단 꽃이 적었다. 막 관리받은 듯, 풀잎에는 물방울들이 맺혀있었다. 





건조한 구역을 지나고, 





호수로 뒤덮인 구역에서 연꽃도 담았다. 턱이 낮아서 많이 위험하니, 가까이 있는 꽃들 위주로 잡았다. 역시 연꽃을 당겨 잡으려면 망원이 필요하더라. 





렌즈를 갈아 끼우기엔 체력소모가 좀 심했고, 35mm 화각으로 담을 만한 장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180마로 담을 만한 것들만 담기로 했다. 다행히 꽃이 많은 구역이 있었다. 





5개 구역을 다 돌고 나니, 시간이 상당히 많이 흘렀다. 손에 힘이 풀리기 시작해서 좀 쉬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중간중간 온실 안에 새가 날아다니더라...?






왱알앵알



사흘 내내 이리저리 걸어 다니느라 상당히 힘들었지만, 이대로 하루를 끝내기엔 너무 아쉬워서 한 바퀴를 더 돌기로 했다. 35mm로 돌았으니, 이번에는 180마를 들고 인상 깊던 꽃들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올여름 한택식물원을 못 가서 아쉬운 비비추와, 여기서 자주 보였던 분홍색 수국부터 담기 시작했다. 

 

 



주황색 백합류 꽃들을 보면 왠지 나도 같이 더워지는 느낌이다. 저 주황빛들을 보면 볼수록 한여름이 느껴진다. 



따라와라 닝겐



호숫가에서 정원냥이의 인도를 받아 아래로 피는 주황색 꽃들을 담고, 






내가 갔던 길을 되짚으며, 길가에 핀 꽃들을 다시 보았다. 

멀리서 찍었던 꽃을 가까이서 다시 보기도 했고, 마크로렌즈를 들고 다니다 새로 발견한 꽃들을 보기도 했다. 






날이 더 흐려져서 빛이 점점 덜 들어올 때까지 인사하듯 꽃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꽤 오랜 시간을 보낸 후, 나는 정원을 빠져나왔다. 








여미지식물원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바다가 나온다. 중문색달해변은 서핑하러 많이들 오는 모양이다. 예의 상 가까운 바다를 보고 이 날 일정을 마쳤다. 



 





식물원 입구에는 노사관계에 문제가 있는지 플래카드 같은 것들이 놓여 있었다. 꽃 같은 일들만 생겨도 모자랄 곳에까지 이런 이야기가 들려오는 현실에 다소 우울해졌다. 잘 해결되었으면... 


산 전체를 쓰는 느낌이었던 상효원의 위엄에는 미치지 못하고, 사진을 찍다 바로 인스타에 올려야 할 것 같은 카멜리아힐의 트렌디함은 없지만, 여미지식물원도 꽤 넓고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이었다. 가는 길 내내 꽃이 많고, 구역마다 꽃들이 달라서 다채롭고 심심하지 않았다. 다른 정원에 비해 동선이 단순하게 짜여 있어서 두 바퀴를 돌 생각을 해보게 된 것 같다. 그냥 길 따라 원형으로 돌면 끝이라 어디로 갈지 생각할 필요 없이 꽃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안팎으로 찍을 것들이 사방에 넘쳐났지만, 시간과 체력이 무한하지 않아서 아쉽다. 





w_ A7R2, Loxia 2/35 + Sigma 180mm F2.8 APO macro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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