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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Nov 20. 2016

바다 위 높은 나무

2016.11. 나가사키 정원여행 - 구라바엔

어쩌다 보니 나가사키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항공권을 싸게 잡은 덕분에 꽤 저렴한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막상 항공권을 예약하고 나서 어딜 가고 뭘 할까 생각해보는데, 나가사키 하면 떠오르는 것이 짬뽕과 카스테라뿐이더라. 일단 항공권부터 끊어버렸으니, 근처에 식물원이든 정원이든 사찰에 딸린 정원이든 하다못해 동네 공원이라도 찾아보려고 했다. 다행히 몇몇 볼만한 곳들을 찾을 수 있었다. 


11월에 갑자기 뺨을 때리는 1월 바람을 맞으며 나가사키에 내리니, 여긴 너무 더웠다. 


공항리무진을 타고 나가사키 시내로 나와서, 오우라천주당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구라바엔이라는 정원이 나온다. 정원 입구는 두 곳인데, 나는 오우라천주당 쪽 입구로 들어갔다. 


 



간사이에서 보던 사찰 정원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구라바엔 근처는 언덕길이었다. 입구 간판 이후로도 매표소까지 짧게 올라가는 길에도 인상적인 장면들이 보였다. 



(동공지진)



?!?!?!!!?!?!!!!

정원에 에스컬레이터라니 이건 대체... 

매표소로 가는 길부터 에스컬레이터가 있더니, 매표소를 지나고 나서는 아예 마트에서나 보던 경사진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정원 꼭대기부터 아래로 내려오며 둘러보라는 의도 같았다. 


올라오는 도중에 나가사키에도 가을이 오는구나 싶었다. 이렇게나 더운데 붉게 물든 잎이 보인다. 





무빙워크를 타고 제일 꼭대기로 올라가면 2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다. 내부는 옛날 범선/증기선 모형이나 가구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마치 렌탈스튜디오 느낌이 났다. 앞마당에서는 나가사키 시내와 바다가 보였다. 





하늘이 참 맑았다. 

잎도 맑은 하늘같이 빛났다. 내려오는 동안 모든 것들이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높은 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여러 저택 사이로 높은 나무들이 길을 만들고, 집 근처에는 정원이 꾸며져 있었다. 





길을 따라 내려오며 정원을 돌다 보면, 옛날 건물들이 나온다. 어떤 건물은 외국인이 살던 집이고, 어떤 집은 당시 일본 관리가 살았거나, 아니면 학교 등으로 쓰였다더라. 안에는 소품이나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마다 어김없이 낮고 작은 꽃들이 피어있었다. 





거대한 나무들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길이 있었다. 

바다는 낮았고, 나무는 높았다. 뒤를 돌면 꽃과 나무가 있었고, 길을 따라 앞을 보면 바다가 있었다.





구라바 저택 근처에는 계절을 착각한 꽃들이 보였다. 봄이나 초여름에 있어야 할 꽃들이 가을꽃들과 함께 피어있고, 건물 안에는 온실처럼 꾸며진 방이 있었다. 겨울 빼고 나머지 계절이 모두 섞인 느낌이었다. 





여기가 바다가 보이는 따뜻한 남쪽나라 맞구나. 

분명 새벽에는 엄청 추웠는데. 





출구 근처에는 일본식 정원이 조그맣게 꾸며져 있었다. 






원래는 이곳과 함께 나가사키 아열대식물원을 찾아가려 했었다. 버스로만 왕복 3시간이 걸리는 탓에 가보진 못했다. 하루만 더 있었더라면 여기도 가봤을 텐데 아쉬웠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계절의 구라바엔과 함께 저곳도 가볼 생각이다.



촬영을 신나게 하다 보니, 카메라에 먼지가 큰 것이 들어가서 조리개를 조인 사진마다 먼지도 같이 찍혔다. 항상 촬영 전에는 먼지 있나 확인하고 클리닝 모드 돌려주는 습관이 필요하더라. 


간사이 지방에서 보던 사찰 내부에 압축된 정원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길은 언덕과 거대한 나무들이 건너편을 볼 수 없도록 막고 있고, 건물 근처에 아기자기하게 정원이 꾸며져 있다. 어떤 건물이든 근처에 꽃이 있었고, 그냥 동네에서 보고 지나칠 법한 크기의 정원들이 모여 건물을 더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 같았다.


바다에서는 바람이 불어왔으며, 바다 위 언덕에는 작은 정원이 있었다. 정원 주변에는 높은 나무가 있었고, 나무 위 하늘에는 구름이 흘렀다. 

바다와 같이 보는 정원은 평화롭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グラバー園 (Glover Garden)




w_ A7R2, Loxia 2/35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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