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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Dec 11. 2016

골목에 숨겨진 작은 정원

2016.11. 나가사키 정원여행 - 나카노차야 정원

나가사키시 근처에는 식물원이나 정원이 별로 없었다. 산이 많아서 그런지 바닷바람이 강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구라바엔 말고는 시내에서 큰 정원을 못 찾겠더라. 마침 오기 전에 지도를 이리저리 뒤져보니 나카노차야란 곳이 있다길래 찾아갔다. 


카레와 카스테라를 먹고 한가롭게 놀다가, 나카노차야로 가기 위해 골목 사이를 걸었다. 중간에 몇몇 집들은 줄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을 보니 카스테라집인 모양이더라. 오르막길을 오르고, 건물 사이 계단도 지나가 보고, 길을 잘못 들어서 약간 헤맨 끝에 나카노차야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무들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었다. 





정원 중앙 연못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 말고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마치 남의 집 앞마당에 몰래 들어온 것처럼 느낌이 이상했다. 조금 불안해서 입구의 안내판을 다시 보고 들어왔다. 





정원 외곽은 예전에 봤던 일본식 정원처럼 큰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주변 건물들도 마치 이 정원의 담벼락 같았다. 

해가 슬슬 기울어 오후 빛으로 변하고, 나무와 건물 틈으로 빛이 눕고 있었다. 





이 정원은 그냥 흘깃 보는 거라면 5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좁다. 비록 공간은 좁지만, 이끼부터 높은 나무까지 다양한 초록이 있었다. 





좁은 정원에 많은 초록이 모인 만큼, 나도 이 곳에서 남들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무 하나부터 이끼 하나까지 돌아보며 사진을 찍다가, 잠시 멈추고 가만히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수많은 건물과 얽힌 골목길 사이에서, 나 혼자 이 정원에 있었다. 





그리고 이 정원에도 높은 나무들이 구름처럼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나카노차야로 오는 길은 이태원 골목길 생각나는 매우 좁고 복잡한 길이다. 지도를 보고 가도 길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나카노차야는 정원만 둘러보려면 특별히 입장료가 없다. 안에 전시관? 같은 것이 있는데 거기 들어가려면 입장료가 있더라. 


얼핏 보면 큰 저택의 앞마당 같은 넓이인데도, 내가 봤던 일본식 정원의 거의 모든 요소들이 다 갖춰져 있었다. 공간 안에 한계까지 초록을 압축해놔서 원래 거대했던 곳을 빠른 속도로 돌아보는 느낌이 났다.



그렇게 좁은 골목길 안쪽에, 거대한 공간이 압축되어 있었다. 


  






中の茶屋 (Nagasaki Nakanochaya Garden)




w_ A7R2, Loxia 2/35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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