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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Dec 18. 2016

언제나 따뜻하고 화려하길

12월, 국립수목원 온실

꽃이 시들고, 잎이 저물었다. 올 한 해도 순식간에 끝나간다. 화려함으로 가득하던 바깥 풍경은 올해 초와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시들고 저문 뒤의 모습을 담을까 하다가, 온실에 조금 오래 있을 생각으로 온실이 많은 곳을 찾아보기로 하고 국립수목원으로 향했다. 







억새나 갈대 같은 것들은 가을 이후로 다음 봄이 올 때까지 자신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구름 낀 겨울 하늘 아래 갈색 풀들이 말라붙어 있었다. 





난대온실은 가을 느낌을 내고 있었다. 가을에나 볼 수 있는 꽃들이 피어있고, 몇몇 나무에는 빨간 열매들이 맺혀 있었다. 





난 아직도 이 꽃의 이름을 모른다. 

난대온실이 리뉴얼된 이후로, 이곳을 찾을 때마다 항상 무릎 아래에 피어있던 꽃들이다. 어떤 계절이든, 이 꽃은 여기에 올 때마다 작게 빛나고 있었다. 





갖피어나는 것들과 시들어버린 것들이, 





돋아나는 것들과 저물어가는 것들이 섞여있었다. 

겨울울 제외한 사계절이 모두 여기에 들어있는 듯, 부분마다 다른 빛을 내고 있었다. 





온실 안에 있다 밖에 나오니, 난대온실에서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까지 가는 짧은 길이 한없이 멀게 느껴진다. 열대온실까지 가서 기다리는 동안 한겨울과 늦겨울의 느낌이 모두 보였다. 미처 떨어지지 못한 채 말라버린 단풍과 열매들, 금방이라도 새 잎이 돋아날 것 같은 나무와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상록수들이 섞여있었다. 





겨울이라 온도 관리가 힘들어서 그런지 열대온실 통제가 생각보다 심했다. 창경궁 후원을 돌아보듯 해설사님 안내에 따라 움직여야 했는데, 예전보다 더 촉박하게 사진을 찍어야 했다.





밖에서 보이는 건물 크기와는 달리, 열대/아열대온실은 넓다는 느낌보다는 높다는 느낌이 강하다. 끝없이 높아지려는 나무에도 꽃들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발에 닿는 낮은 곳부터 천장에 닿을 듯 높은 곳까지, 온실 전체에 화려함이 가득하였다. 





아열대온실은 열대온실보다는 한산한 느낌이었다. 빽빽하고 높은 나무들보다는, 가늘고 높은 나무나 낮은 풀들이 많았다. 



 

열대온실보다 꽃은 적지만, 마침 빛이 더 좋아졌다. 한없이 있을 수는 없어서, 해설사님 안내에 따라 밖으로 나가야 했다. 





5시면 문을 닫아버리는 공간이라, 해가 저물기 전에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원래도 열대/아열대온실은 마음대로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구역이 아니었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통제가 좀 많이 심했다. 덕분에 사진 찍을 시간이 다른 때보다 훨씬 더 촉박했다. 그래도 해설사님의 해설을 중간중간 듣다 보니 신기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초록과 꽃의 예쁜 모습을 담는 것보단 조금이나마 알고 담으면 더 예쁘니까. 우리나라에 열대식물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말에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얼핏 맞다 싶기도 하고. 

처음에 해설사님의 '여기 식물들 대부분 국내명이 없어서 학명뿐이고 나도 다 모르니까 묻지 마라'라는 말씀이 제일 인상 깊었다. 매우 공감한다.


이제 연말이다. 

사실상 올해 사진작업은 이것으로 끝났다고 봐야겠더라. 다음 주는 크리스마스고, 그다음 주는 연말연시라 사진을 찍기보다 사람을 만나기 바쁜 시간일 것이다. 내년에는 더 예쁜 사진을 담을 수 있기를.


 


올 한 해도 마른 갈색빛으로 시작해서, 꿈같은 초록과 꽃빛을 지나, 다시 마른 갈색빛으로 끝났다. 

비록 풍경이 시들었더라도, 바깥이 어떻게 변하든 이곳은 언제나 따뜻하고 화려하길. 





w_ A7R2, SEL90M28G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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