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바라보는 법, 여운을 남기는 법

디올 로즈 드 방과 셀레스테에 대한 기억

by 루미 lumie

아직 이 주얼리들을 소장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가끔은

가져버리기 전에 남겨두는 시간이

물성을 가장 정확히 이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디올의 로즈 드 방과 셀레스테는

내게 그런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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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드 방 — 중심이 있다는 감각


로즈 드 방을 처음 마주했을 때,

예쁘다는 말이 먼저 나오지 않았다.


작고, 얌전하고,

어쩌면 지나치게 조용해 보였다.


그런데 시선이 몇 번 더 머무르자

이 주얼리는 ‘장식’보다

기준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침반 장미.

방향을 알려주는 별.

이 상징은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다만

어디로 돌아가면 되는지를

항상 같은 위치에서 기다린다.


그래서인지

로즈 드 방은

기분이 좋은 날보다

생각이 분산된 날에 더 잘 보인다.


화려해서 시선을 잡아끄는 게 아니라,

정중앙에 조용히 놓여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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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테 — 설명되지 않는 표정


셀레스테는

로즈 드 방보다 훨씬 늦게 마음에 들어온 컬렉션이다.


달과 태양,

그리고 그 안에 그려진 눈.


이 모티프는

의미를 파악하려는 순간

미묘하게 비켜선다.


특히 눈은

상징이라기보다 표정에 가깝다.


조금만 각도가 어긋나도

완전히 다른 인상을 남기는 얼굴.


장인의 손으로 직접 그려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셀레스테가 왜 그렇게 불안정한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남는 것들.


셀레스테는

보는 순간보다

시선이 떠난 뒤에 더 또렷해진다.


손목 위에 머무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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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컬렉션을 관찰하며

자주 떠올린 장면이 있다.


목선이 아니라, 손목.

하루 동안 가장 많이 움직이고,

가장 자주 시야에 들어왔다가

다시 사라지는 곳.


특히 셀레스테는

그 반복 속에서 의미를 만든다.


의도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존재를 환기시키는 방식.


아직 소유하지 않았기에

더 명확하게 보이는 구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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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히지 않은 형태에 대한 호감


로즈 드 방과 셀레스테 모두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건

오픈 구조의 링이다.


완결을 거부한 형태.


완전히 닫히지 않아서

손가락의 선을 따라

작은 공백을 남긴다.


이 여백은

주얼리가 말을 멈추는 지점 같다.


확정되지 않은 상태,

설명되지 않은 감정.

나는 이런 형태에

자주 시선을 빼앗긴다.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하나의 상태로 남겨두고 싶어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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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바라보는 쪽에 더 가깝다


로즈 드 방은

방향을 상징하고,

셀레스테는

여운을 남긴다.


하나는 정렬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머뭇거림에 가깝다.


그리고 나는

아직 이 둘 사이를

오가며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이 주얼리들이 마음에 남는 이유는

지금 당장 가져야 할 이유를

끝까지 강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것들은

소유되기 전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상태로 남는다.



지금의 로즈 드 방과 셀레스테는

내게 그런 이름으로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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