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챔피언 전략과 4최 1유, 작은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내가 가장 잘하는 종목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의 규칙을 먼저 만드는 것입니다.
비즈니스도 다르지 않습니다.
맥킨지가 있는 시장에서 "우리도 최고의 경영 컨설팅 회사입니다"라고 말하면 아무도 듣지 않습니다. 하나투어가 있는 시장에서 "우리도 여행을 잘 기획합니다"라고 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1등이 존재하는 넓은 시장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고객의 인식 속에 자리 잡기가 어렵습니다.
답은 시장을 쪼개는 것입니다.
카테고리 챔피언 전략은 산업 전반의 1등을 두고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 기준으로 시장을 쪼개어 그 안에서 압도적인 1등이 되는 것입니다.
팜투어는 여행사 전체 1등이 아닙니다. 하지만 신혼여행 시장에서는 1등입니다. 패키지 여행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객단가도 높은 이 카테고리에서, 팜투어는 하나투어와 싸우지 않습니다. 전혀 다른 판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삼진어묵은 베이커리 전체 1등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묵 베이커리'라는 카테고리에서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스스로를 어묵 회사가 아닌 베이커리로 재정의한 순간, 경쟁자가 사라졌습니다.
에디슨 젓가락은 젓가락 시장 전체를 노리지 않았습니다. '젓가락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라는 타겟 안에서 독보적인 1등이 됐습니다. 이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넓은 시장에서 싸우는 대신,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카테고리를 직접 설계했다는 것입니다.
카테고리를 정할 때 흔히 두 가지 실수를 합니다.
첫 번째는 너무 넓게 잡는 것입니다. "우리는 최고의 경영 컨설팅 회사입니다", "건강과 맛을 추구하는 디저트입니다"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입니다. 이미 1등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같은 언어를 쓰면 고객의 머릿속에 자리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너무 좁게 잡는 것입니다. "합정동에서 1등인 컨설턴트입니다"는 선명하지만 파급력이 없습니다. '이혼 여행 전문'처럼 카테고리가 뾰족해도 시장 규모 자체가 너무 작으면 비즈니스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카테고리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일정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그 카테고리를 발판으로 인접 영역으로 횡적 확산이 가능해야 합니다. 종양 치료 전문 동물병원으로 신뢰를 얻으면, 그 반려동물의 평생 주치의로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카테고리는 도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카테고리가 선명해지면 예상치 못한 효과가 하나 더 생깁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올 분명한 이유"를 느끼고 합류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회사에는 누구도 강하게 끌리지 않습니다.
남극에 가서 황제펭귄 한 마리를 '내 펭귄'으로 찜해두고 한참 뒤에 돌아왔을 때, 수만 마리 무리 속에서 그 펭귄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모두 똑같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 생수 브랜드는 약 110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브랜드는 손에 꼽습니다. 나머지는 존재하지만 인식되지 않는 것입니다.
비즈니스에서 인식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고객이 "어? 저 회사는 왜 다르지?"라고 느낄 만큼 압도적이고 명확한 차별점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잘 만든 제품도 군중 속에 묻힙니다. 이것이 핑크 펭귄의 원리입니다. 고객의 머릿속에 핑크 펭귄이 되어야 합니다.
카테고리를 설정했다면 그 안에서 어떻게 1등을 선언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최초, 최대, 최고, 최신, 유일. 이 다섯 가지 타이틀은 고객의 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정보'로 분류하는 언어입니다.
최초(First) 는 가장 파급력이 강한 전략입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명사를 만들어 고유명사를 일반명사처럼 쓰이게 하는 것입니다. 설빙은 '코리안 디저트 카페'라는 카테고리를 스스로 만들고 1등이 됐습니다. 교동수제고로케는 '비빔밥 고로케'라는 단어를 결합해 국내 최초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커피 전문점이라는 카테고리를 창조했습니다. 이 단어들이 시장에서 쓰이기 시작하면, 그 단어를 만든 회사가 자동으로 1등이 됩니다.
최대(Largest) 는 쏠림 현상을 유발합니다. 전체 시장 1위가 아니더라도 특정 기준을 쪼개면 최대가 될 수 있습니다. 부산 대저동 유채꽃 단지는 제주도보다 면적이 작지만, '단일 면적 국내 최대 유채꽃 단지'라는 기준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습니다. 전체가 아닌 특정 기준에서의 최대는, 전체 최대만큼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최고(Best) 는 객관적 기준을 제시해 합법적으로 1위를 선언하는 전략입니다. 프리드라이프는 보람상조의 소송에서 '자산총액 1위, 선수금 1위'라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승소했습니다. 가연은 '회원 수 기준 1위', 듀오는 '결혼 성사 수 기준 1위'로 각자의 기준에서 최고를 어필합니다. 측정 가능한 기준만 있다면, 1위 선언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최신(Latest) 은 사람들의 뇌가 새로운 정보를 '기억해야 할 것'으로 분류하는 본능을 활용합니다.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와 우리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유일(Only) 은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독보적 가치입니다. '대한민국 유일 심장전문 의료기관', '천연 염료 100% 사용', '공정무역 유일 적용'. 유일은 비교를 차단하고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만듭니다.
산업 전체에서 4최 1유를 찾기 어렵다면, 비즈니스가 굴러가는 7가지 영역에서 차별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고객, 판매 방식, 제품, 생산, 운영, 조직, 재료입니다.
중국산 김치 파동 당시 한 삼겹살 전문점은 "저희는 중국산 김치를 쓰지 않습니다"라고 안내했습니다. 하지만 부정어를 쓰는 순간 오히려 중국산을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역효과가 났습니다. 해결책은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국내 최초 100% 국내산 배추를 사용하는 삼겹살 전문점." 재료라는 가치사슬 하나에서 최초 타이틀을 만들어냈습니다.
어떤 영역에서도 차별점은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찾으려는 의지와 쪼개려는 시각입니다.
"우리 회사가 사라지면 특정 고객들이 분명한 손해를 입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문장이 완성될 때, 카테고리가 정의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카테고리 안에서 최초이거나, 최대이거나, 최고이거나, 최신이거나, 유일하다면 고객의 머릿속에 핑크 펭귄이 됩니다.
1등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더 잘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내가 이미 1등인 판을 먼저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