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건강 검진 4대 비율과 숨은 현금을 찾아내는 3개의 지렛대
성장하는 회사가 오히려 더 자주 돈에 쪼들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매출이 늘면 재고도 늘고, 외상 매출도 늘어납니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있지만, 그 돈이 창고와 거래처 장부에 묶여 있습니다. 통장은 비어 있는데 손익계산서는 흑자입니다. 이것이 흑자 부도의 구조입니다.
숫자는 나란히 세워봐야 의미가 생깁니다. 하나의 숫자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지난달과 비교하거나, 업종 평균과 비교하거나, 작년과 비교해야 비로소 그 숫자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보입니다.
수익성: 자본의 비만도 측정
ROA(총자산이익률)는 회사가 가진 모든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려 이익을 내는지를 측정합니다. 이 수치가 낮아지고 있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익이 줄었거나, 일하지 않는 자산이 늘었거나입니다. 창고에 쌓인 낡은 재고, 가동률이 떨어진 기계, 활용되지 않는 부동산. 이것들이 자산으로 잡혀 있으면 ROA는 낮아집니다. 자산의 비만입니다. 몸집은 커졌는데 실제로 움직이는 근육이 줄어드는 상태입니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주주가 투자한 돈을 얼마나 잘 불려줬는지를 보여줍니다. 같은 업종의 경쟁사보다 ROE가 낮다면, 같은 돈을 가지고 덜 효율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레버리지: 빚이라는 지렛대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입니다.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으로 은행 이자를 몇 번이나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수치가 3.0이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세 번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치가 1.0에 가까워진다면 상황이 심각합니다. 버는 돈 전부를 이자로 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지점에서는 무조건 확장을 멈추고 생존 모드로 전환해야 합니다.
유동성: 내일 결제를 막을 수 있는가
당좌비율은 유동자산에서 재고자산을 뺀 값을 유동부채로 나눈 것입니다. 공식으로 쓰면 (유동자산 - 재고자산) / 유동부채입니다. 재고를 제외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재고는 팔려야 현금이 됩니다. 팔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확실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만으로 단기 부채를 갚을 수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입니다. 이 수치는 반드시 1.0 이상을 방어해야 합니다. 1.0 아래라는 것은 지금 당장 모든 단기 채권자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을 때 갚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효율성: 속도전
효율성 지표는 회사가 자산을 얼마나 빠르게 현금으로 바꾸는지를 측정합니다. 이것은 다음에 나올 운전자본 관리의 핵심 무기가 됩니다.
현금전환주기(CCC)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원자재나 상품을 구매하고, 그것을 팔고, 고객에게서 대금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공식으로 표현하면 DSO(수금 기간) + DII(재고 보유 기간) - DPO(결제 유예 기간)입니다. 이 주기가 짧을수록 현금이 빠르게 돌아옵니다. 단 하루만 줄여도 규모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현금이 창출됩니다.
지렛대 1. DSO: 수금을 당깁니다
DSO는 물건을 팔고 나서 실제로 돈을 받기까지 걸리는 평균 일수입니다. 이 숫자가 클수록 현금이 거래처 장부에 오래 묶여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영업팀의 보상 기준을 바꾸는 것입니다. 계약 성사일이 아니라 고객 결제 입금일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영업사원이 자연스럽게 수금에 관심을 가집니다. 90일 이상 연체된 고객에게는 시스템적으로 신규 출고를 막는 것도 필요합니다. 영업사원이 수금 요원이 되어야 합니다. 판 것이 아니라 받은 것이 매출입니다.
지렛대 2. DII: 재고를 줄입니다
DII는 재고가 창고에 머무는 평균 일수입니다. 재고는 현금이 창고에 갇혀 있는 상태입니다. 팔리지 않는 한 돈이 아닙니다.
모든 재고를 똑같이 관리하려 하면 자원이 분산됩니다. 수익의 80%를 만들어내는 A급 핵심 재고는 넉넉하게 유지하고, 창고 공간만 차지하는 C급 악성 재고는 손실을 확정하고 과감하게 처분해야 합니다. 손실 처리가 아깝게 느껴지지만, 창고에 묶인 현금을 풀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입니다.
지렛대 3. DPO: 결제를 늦춥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DPO는 물건을 사고 나서 대금을 지급하기까지의 평균 일수입니다. 이 숫자가 클수록 현금을 더 오래 손에 쥐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결제를 늦추면 핵심 공급망이 무너집니다. 납기와 품질을 책임지는 A급 파트너에게는 오히려 30일 칼 결제로 신뢰를 쌓는 것이 전략입니다. 신뢰가 쌓이면 단가 협상에서 유리해지고, 공급 우선순위에서 앞서게 됩니다. 반면 언제든 대체 가능한 단순 소모품이나 용역 비용은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결제일을 최대한 늦춰 현금 방어막으로 활용합니다.
파트너를 두 종류로 나누어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금전환주기를 10일 줄이는 것은 새로운 투자자를 찾거나 대출을 받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확실한 현금 확보 방법입니다. 이미 회사 안에 묶여 있는 돈을 풀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이 세 가지 지렛대를 더 의식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성장은 현금을 먹어 치웁니다. 그 현금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조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