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아 로간과 타타 나노가 갈린 이유, 명품이 절대 할인하지 않는 이유
가격 전략을 이야기할 때 가장 극단적인 두 방향이 있습니다. 최대한 싸게 파는 것과, 최대한 비싸게 파는 것. 언뜻 반대처럼 보이지만, 이 두 전략에는 하나의 공통된 원칙이 있습니다. 어중간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입니다.
초저가 시장은 이익률이 종잇장처럼 얇습니다. 작은 실수 하나로 기업이 파산하는 세계입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초저가 제품을 기획할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기존 제품에서 기능 몇 가지를 빼고, 소재를 조금 낮추고, 가격을 내립니다. 이 방식으로는 원가를 맞출 수 없습니다. 기존 제품의 구조 자체가 그 가격에 맞게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르노가 다치아 로간을 만들 때 했던 일이 이것을 보여줍니다. 5,000유로짜리 신차를 만들겠다고 결정한 순간, 역순으로 시작했습니다. 판매가를 먼저 고정하고, 거기에 맞는 원가 목표를 설정한 다음, 그 원가에 맞게 처음부터 설계를 새로 했습니다. 이미 검증이 끝나 개발비가 회수된 구형 부품을 썼습니다. 비싼 곡면 유리 대신 평면 유리를 썼습니다. 좌우 백미러 모양을 똑같이 만들어 부품 종류를 줄였습니다. 최신 기술을 포기하는 대신 자동차의 본질인 튼튼함과 실용성은 끝까지 지켰습니다. 이것을 타깃 코스팅(Target Costing)이라고 합니다. 가격이 설계를 이끄는 방식입니다.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동유럽 시장을 넘어 유럽 전체에서 팔렸습니다. 르노 그룹의 가장 수익성 높은 브랜드 중 하나가 됐습니다.
같은 시기, 인도에서도 비슷한 도전이 있었습니다. 타타 나노. 오토바이를 타는 인도 서민들을 위한 세계 최저가 자동차였습니다. 목표 원가를 맞추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았습니다.
이유는 마케팅에 있었습니다. 타타 나노는 스스로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세상에서 제일 싼 차'로 포지셔닝했습니다.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기도 하지만, 신분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고객들은 "나는 가난뱅이입니다"라고 광고하는 차를 타고 싶지 않았습니다. 원가를 너무 쥐어짜다 품질 문제까지 겹치면서 브랜드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두 사례가 갈린 지점은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고객의 프라이드를 지켰는가, 아닌가였습니다. 다치아 로간은 싼 차가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담은 실용적인 선택으로 포지셔닝됐습니다. 고객은 스마트한 소비를 했다는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타타 나노는 싸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주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싸도 고객이 구매 후 부끄러움을 느끼는 제품은 팔리지 않습니다. 초저가 전략의 본질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닙니다. 그 가격에서도 고객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가치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반대편 극단으로 가면, 왜 어떤 브랜드는 경쟁사보다 두 배, 세 배 비싸면서도 열광적인 팬덤을 유지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는 경쟁사보다 두 배 비쌉니다. 그런데 20년 수명을 보장합니다. 처음 살 때 두 배를 내지만, 20년 동안 교체하지 않으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성능의 압도적 우위가 가격을 정당화합니다. 애플은 제품 자체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iOS라는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 전환 비용을 극단적으로 높였습니다.
그런데 헤르만 지몬이 명품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중고가 방어입니다.
진짜 명품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포르쉐와 롤렉스가 그렇습니다. 10년 된 포르쉐는 10년 된 일반 차보다 훨씬 더 많은 비율의 가치를 유지합니다. 이 사실이 새 차를 살 때 더 비싼 가격을 정당화합니다. 지금 내가 지불하는 돈이 나중에도 지켜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가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재고 처리를 위한 할인과, 수요를 초과한 과잉 생산입니다. 신제품 판매를 위해 할인하는 순간, 기존 고객이 보유한 제품의 중고가가 폭락합니다. 브랜드를 믿고 높은 가격을 지불한 고객들이 배신감을 느낍니다. 한 번 무너진 프리미엄은 회복하기 극도로 어렵습니다.
두 극단의 전략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된 진실이 보입니다. 초저가도, 고가도 생존 가능합니다. 하지만 둘 다 타협 없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초저가는 기획 단계부터 가격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역설계해야 합니다. 기존 제품에서 뭔가를 빼는 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싸게 팔더라도 고객이 스마트한 선택을 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가는 가격을 정당화하는 실질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이미지만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단기 매출의 유혹, 즉 할인의 유혹을 끝까지 뿌리쳐야 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어중간한 가격입니다. 싸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은 가격은, 싼 것을 원하는 고객도 비싼 것을 원하는 고객도 모두 놓칩니다. 가격은 전략입니다. 전략에는 선택이 따릅니다. 그리고 선택에는 포기가 따릅니다.
어떤 가격을 선택하든, 그 가격이 담고 있는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는 것. 그것이 가격 전략의 본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