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보다 먼저 세워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짐 콜린스가 스탠퍼드에서 배운 것은 경영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by 경영 컨설턴트 Tim

짐 콜린스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하던 시절, 한 교수를 만났습니다. 빌 레이지어. 그 만남이 콜린스의 진로를 바꿨습니다. 가치관을 바꿨습니다. 이후 그가 쓴 모든 책의 기준을 바꿨습니다.


콜린스는 그 이야기를 자신의 책 맨 앞에 두었습니다. 전략도, 프레임워크도, 성공 공식도 아니라 한 사람과의 관계로 시작합니다. 그 선택 자체가 이미 메시지입니다. 좋은 회사는 좋은 기술보다 먼저, 좋은 기준에서 나온다는 것.


가치는 전략보다 앞섭니다

많은 조직이 비전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수립합니다. 순서가 그렇게 흘러갑니다. 그런데 빌 레이지어가 콜린스에게 가르친 것은 그 모든 것 이전에 먼저 와야 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으로는 성공하지 않을 것인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킬 기준은 무엇인가. 매출과 가치가 충돌할 때 무엇을 먼저 놓을 것인가.


빌은 돈을 삶의 최종 점수판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성공이 얼마나 벌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살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봤습니다. 그 관점이 콜린스에게 이식됐고, 콜린스는 그것을 조직 경영의 언어로 확장했습니다.


전략은 환경이 바뀌면 흔들립니다. 시장이 달라지면 수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치는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가치가 먼저 서 있는 조직은 전략이 바뀌어도 중심축을 잃지 않습니다. 가치가 없는 조직은 상황이 좋을 때는 버티지만, 위기가 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컨설팅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핵심가치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많은 조직이 그것을 좋은 문장 고르기로 접근합니다. 도전, 열정, 신뢰, 협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단어들이 벽에 붙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 단어들을 의사결정 기준으로 쓰지 않습니다.


진짜 가치는 선언이 아닙니다. 충돌의 순간에 무엇을 선택하는가를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신뢰는 순진함이 아니라 리더의 선택입니다

빌 레이지어는 사람을 먼저 의심하기보다 먼저 신뢰하는 편을 택했습니다. 콜린스는 그것을 보면서 신뢰가 리더십의 기술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리더가 사람을 다루는 기본값이 통제냐 신뢰냐는 조직의 분위기를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쥐고 가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안전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사람을 질리게 만들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빼앗습니다. 리더는 점점 더 바빠지고, 팀은 점점 더 수동적이 됩니다.


반대로 기대와 책임을 명확히 한 뒤 신뢰를 기본값으로 두면, 사람은 더 높은 곳까지 올라올 수 있습니다. 신뢰받는다고 느끼는 사람은 더 책임 있게 행동합니다.


물론 아무렇게나 믿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현금, 법무, 고객 피해처럼 치명적 손실이 생길 수 있는 영역은 구조로 통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외의 영역에서는 기본값을 신뢰로 두는 것이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듭니다.


실수가 생겼을 때도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역량의 문제인가, 아니면 성품의 문제인가. 역량은 훈련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성품은 다릅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신뢰와 통제의 기준이 흔들립니다.


중요한 순간에는 헌신이 필요합니다

빌 레이지어는 안정된 파트너 승진을 앞두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콜린스도 학계의 안전한 길 대신 독립적인 연구자의 길을 택했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큰 전환은 대개 옵션을 계속 열어두는 태도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되돌아가기 어렵게 결심하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기업도 개인도 커질수록 옵션을 열어두려는 유혹이 강해집니다. 일단 검토해보자는 말이 길어집니다. 결정을 미루면서 리스크를 줄이려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변곡점마다 계속 후퇴 여지를 남기면, 결국 깊은 결과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사업 확장, 조직 재편, 리더 전환, 커리어 이동. 이런 순간에는 어느 정도의 비가역적 결심이 필요합니다. 결정 후에는 애매한 이중 운영보다 선택한 방향에 자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되돌아갈 여지를 남겨두면서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좋은 회사는 좋은 기준에서 시작됩니다

짐 콜린스가 이 이야기를 책의 맨 앞에 둔 이유가 있습니다. 경영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사람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기준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가치가 먼저 서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신뢰를 걸어야 합니다. 중요한 순간에는 헌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는 경영 기술이 아닙니다. 경영의 기반입니다. 전략은 기반 위에 세워질 때 의미가 있습니다. 기반 없는 전략은 좋은 환경에서는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압력이 가해지는 순간 무너집니다.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보다 먼저, 어떤 기준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그 질문에 먼저 답한 조직이 오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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