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10년의 성장이었을까요, 1년의 반복이었을까요
새해가 밝으면 우리는 습관처럼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서점에 가면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 코너를 점령하고, 직장인들은 다이어리에 "올해는 꼭 성장하는 한 해가 되자"라고 적어 내려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펜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성장입니까?
어제보다 영단어를 10개 더 외우면 성장일까요?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프로젝트를 완수하면 성장일까요? 아니면 승진을 하고 연봉 앞자리가 바뀌면 성장한 것일까요?
많은 사람이 성장을 '시간의 축적'과 혼동합니다. 3년 차 사원보다 10년 차 차장이 더 성장한 사람이라고 막연히 믿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 목격한 진실은 달랐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을 온몸으로 부딪쳐 통찰을 얻은 '장인'이 있는가 하면, 입사 1년 차에 배웠던 업무를 10년 동안 기계적으로 반복한 '숙련된 초보자'도 있었습니다.
성장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자연 현상이 아닙니다. 성장은 철저한 의도와 검증이 필요한 '물리학'입니다. 내가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모호한 '기분'이 아니라, 다음 세 가지의 명확한 '증거'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성장의 가장 확실한 첫 번째 척도는 '영역의 확장'입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작년의 나는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의 나는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일, 잘하는 일에 안주하려 합니다. 그것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편안함(Comfort Zone) 안에서는 그 어떤 성장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 뒤에 단단해지듯, 역량도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여 깨지고 부딪칠 때 비로소 자라납니다.
만약 작년과 똑같은 업무를, 똑같은 방식대로 처리하며 "별일 없이 살았다"고 안도하고 있다면, 냉정하게 말해 성장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현상을 유지했을 뿐입니다. 불가능해 보이던 프로젝트를 기어이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두려웠던 제안 발표를 떨지 않고 마쳤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한 뼘 자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척도는 '시간의 밀도'입니다.
"같은 일을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는가?"
어떤 일을 처음 할 때는 3일이 걸릴 수 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고 헤매는 시간까지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여전히 3일이 걸린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성장한 사람은 일의 '맥락'을 파악합니다. 어디가 핵심이고, 어디가 군더더기인지 꿰뚫어 봅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본질에 집중함으로써 압도적인 속도를 만들어냅니다.
단순히 손이 빨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3일 걸리던 일을 3시간 만에 끝내고, 남은 시간에 더 높은 부가가치를 고민할 수 있는 여유. 그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프로가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척도는 '결과물의 깊이'입니다.
"내가 내놓은 결과물이 작년보다 더 정교하고 날카로워졌는가?"
속도만 빠르고 결과물이 엉성하다면 그건 '날림'입니다. 진정한 성장은 속도가 빨라짐과 동시에, 산출물(Output)의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똑같은 기획안을 써도 작년의 당신은 '현황'을 정리하는 데 그쳤다면, 올해의 당신은 그 이면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이 기대한 것 그 이상의 디테일을 보여주었을 때, 사람들은 당신을 보며 "역시 다르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일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일을 '작품'으로 만드는 태도. 그것이 품질의 고도화입니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불가능의 가능화, 속도, 품질)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첫 번째인 '불가능의 가능화'는 용기 있는 도전을 통해 얻어집니다. 두려움을 뚫고 나아가는 야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즉 속도와 품질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그 일을 되돌아보지 않으면 나쁜 습관만 고착화될 뿐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피드백'입니다.
나의 행동을 제3자의 눈으로 냉정하게 복기해야 합니다.
Do와 Don't는 여러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지만 저는 주로 이것들에 집중합니다.
- Do: 내가 오늘 하지 않은 것중 새롭게 해야 할 것.
- Don't: 오늘 내가 한 일 중 그만둬야 할 것.
이 처절한 회고의 과정이 없다면, 우리의 10년 경험은 그저 흩어지는 모래알과 같습니다. 하지만 피드백을 통해 뼈아픈 교훈을 추출해 낸다면, 그 경험은 '지식'으로 응축되고,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자산'이 됩니다.
막연히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은 힘이 없습니다. 성장은 감상이 아니라 증명이어야 합니다.
올해의 끝자락에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두려워하던 그 일을 해냈고, 과거의 나보다 빠르게 처리했으며, 과거의 내가 해내지 못했던 퀄리티를 만들어냈다"고 말입니다.
그 단단한 성장의 기쁨이, 올 한 해 여러분의 일상을 가득 채우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