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Log] 경영진은 기획, 구성원은 실행만?
최근 폭발적인 성장(YoY 730%)을 기록 중인 N사 경영진의 고민은 의외로 '매출'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조직의 체질'이었습니다.
지금까지 N사의 성공 방식은 명확했습니다. 뛰어난 감각을 가진 경영진이 '기획'을 하고, 성실한 구성원들이 이를 '실행'하는 구조였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브랜드가 늘어나자 한계가 왔습니다. 경영진의 머리는 과부하가 걸리고, 구성원들은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태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표님의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이제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기획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실무에 치여 헉헉대는 직원들에게 "이제부터 기획도 해!"라고 말하는 건, 혁신이 아니라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 N사만의 독특한 '성장 방정식'을 설계했습니다.
과거 많은 기업이 OKR이나 KPI를 도입할 때 범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덧셈의 오류'입니다. 이미 100%의 에너지로 현업을 돌리는 구성원들에게, "혁신도 해야지?"라며 20%의 짐을 더 얹어버립니다. 120%의 노동. 이것은 지속 불가능한 상태로 이어집니다.
저는 N사 구성원들에게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더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기'를 제안했습니다.
- 유지 (80%): 기존의 반복 업무는 '계기판' 시스템에 맡깁니다. 매일 고민하지 않고 신호등(초록/노랑/빨강)만 보며 효율적으로 관리합니다. 여기서 에너지를 아낍니다.
- 성장 (20%): 여기서 아낀 20%의 에너지를 떼어내어, 미래를 바꾸는 '이니셔티브'에 투자합니다.
"일을 더 하라는 게 아닙니다. 기존 업무를 시스템으로 효율화하고, 남는 에너지로 우리가 하고 싶은 도전을 해봅시다." 이 제안이 구성원들의 닫혀있던 마음을 열었습니다.
마음은 열렸지만, 막상 "어떤 기획을 할래?"라고 물으면 막막해합니다. 백지는 바쁜 실무자들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입니다.
컨설턴트로서 저는 '빈칸 채우기' 전략을 썼습니다. 사전에 대표님과 깊이 인터뷰하고, 구성원들의 평소 업무를 관찰하여 '시도하면 좋을 것 같은 뾰족한 샘플'을 들고 갔습니다.
- (Bad) "CS 팀의 업무 효율화를 위한 혁신적인 기획안을 써볼까요?"
- (Good) "지금 수진 님, 신규 입사자 교육하시느라 매번 같은 말 반복하고 계시죠? 이번 분기 이니셔티브로 [CS FAQ 50선 및 온보딩 매뉴얼 구축]을 해보면 어떨까요? 이미 하고 계신 일이니 정리만 하면 자산이 됩니다."
"어? 이거 제 이야기인데요? 이거면 할 수 있겠는데요?" 현업과 동떨어진 숙제가 아니라, 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제안. 그때부터 구성원들은 수동적인 실행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기획자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멋진 전략과 계기판을 세팅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음 주 N사 구성원들과의 1on1 미팅에서, 전략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미리 준비한 제 마음속 대본은 이렇습니다.
"가져오신 목표가 의욕적이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걱정도 됩니다. 혹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일 야근을 해야 한다면, 과감하게 목표를 줄입시다. 저는 여러분이 지쳐 떨어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꾸준히 즐겁게 할 수 있는 20%' 수준으로 조정합시다. 우리는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을 해야 하니까요."
전략은 차가운 논리로 설계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입니다. "당신의 성장을 응원하지만, 당신의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는 리더의 진심이 전달될 때, 구성원은 비로소 회사의 목표를 '나의 목표'로 받아들입니다.
N사는 이제 '시키는 대로 하는 조직'을 졸업합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길을 만드는 '기획자들의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