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의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 혁신이라 착각하는 리더들에게
컨설턴트로서 수많은 경영자를 만나며 발견하는 기이한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가 정체기에 빠졌을 때, 대부분의 리더는 속도와 성실함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너무 느슨해요. 삽질 속도를 두 배로 높일 방법이 없을까요?" "야근을 해서라도 이번 달 목표량을 맞춰야 합니다."
그들의 눈에는 직원들의 땀방울이 곧 성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그것이 '집단적 태만'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고 몸만 움직이는 게으름 말입니다. 파야 할 땅의 깊이가 10미터라면 삽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뚫어야 할 시장의 깊이가 100미터, 1000미터라면 어떨까요?
그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삽질'이 아닙니다. 삽을 내려놓고 '포크레인'을 가져오는 결단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포크레인을 배우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오늘도 밤새워 삽질을 합니다. 이것은 비극입니다. '잘못된 일'을 '탁월하게' 수행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왜 알면서도 도구를 바꾸지 못할까요? 역설적이게도 리더가 너무 유능하기 때문입니다. 초기 기업에서 대표는 최고의 '삽질 선수'였습니다. 혼자 전략을 짜고, 영업을 하고,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서툰 포크레인을 만지작거리는 꼴을 보지 못합니다.
"비켜봐, 답답해서 내가 하고 말지." 결국 대표는 다시 삽을 들고 현장으로 뛰어듭니다. 당장의 속도는 올라갑니다. 하지만 그 순간, 회사의 성장판은 닫힙니다. 대표의 시간과 체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면, 대표는 현재의 운영에서 손을 떼고 미래를 봐야 합니다. 전략적 고민의 주체를 대표 개인에서 '팀장급'으로 강제로라도 이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고통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평생 시키는 일만 하던 팀장에게 "우리 팀이 회사 성과에 어떻게 기여할지 전략을 짜오라"고 하면, 처음에는 형편없는 결과물을 가져올 것입니다. 숙련된 삽질보다, 서툰 포크레인질이 훨씬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이때 아쉬운 리더는 "그것 봐, 넌 안 되잖아"라며 다시 일을 뺏어옵니다. 반면 탁월한 리더는 그 '생산성의 골짜기(J-Curve)'를 견뎌냅니다.
"지금 당장은 삽질보다 느려도 좋다. 하지만 자네가 이 도구에 익숙해지는 순간, 우리는 삽으로는 상상도 못 했던 깊이까지 내려갈 것이다."
리더의 역할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구성원이 새로운 도구를 익히는 동안 발생하는 시행착오 비용을 기꺼이 지불해 주고, "왜 못해?"라는 질책 대신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라는 코칭을 건네는 것입니다.
컨설턴트인 저의 역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직원들 빡세게 굴려주세요"라고 요청할 때, 그 요구 뒤에 숨겨진 진짜 문제를 봐야 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채찍이 아니라 '멈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님, 지금은 열심히 할 때가 아닙니다.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쥔 도구가 이 시장에 맞는 것인지 점검할 때입니다."
혁신은 더 많은 땀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혁신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리고 새로운 도구를 배우는 고통을 감내하는 용기에서 나옵니다.
우리의 조직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성실하게 망해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잠시 멈춰 서서 더 거대한 성장을 준비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