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증상, 놓치지 않을 거예요!

schedule vs. appointment

by 루인

얼마 전부터 손가락 몇 개가 은근히 불편했다. 처음에는 주말 피아노 연습을 과도하게 한 탓이겠거니 하고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 싶어 연습을 중단했다. 밤에는 온찜질을 하며 스스로 치료도 해봤다. 그러나 잔잔하게 이어지는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아 결국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내가 병원을 고를 때는 보통 의료진의 약력이나 나이대를 확인하고 신뢰가 가는 곳을 택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날은 사정상 올해 개원한 비교적 젊은 의사들이 운영하는 곳을 찾았다. 내키진 않았지만, 손가락 통증이 해결되는 게 더 급했다.


예약 및 초진 여부 등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거치고 환자 카드를 작성한 뒤 대기실에 앉았다. 모니터에서는 그 병원의 한 의사가 출연한 척추 건강 프로그램이 재생되고 있었다. 자세를 고쳐 앉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꼿꼿하게 앉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리를 꼬고 앉거나, 스마트폰에 집중한 채 거북목 증상을 달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스트레칭을 하던 중 차례가 되어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를 맡은 의사는 30대 중반쯤 되어 보였다. 증상을 설명하자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별것 아닌데 왜 오셨냐”는 태도를 보였다. 혹시 모를 관절염 가능성이나 영양제 복용에 대해 물었지만 돌아온 건 심드렁한 대답뿐이었다. 결국 내 요청으로 엑스레이를 찍었으나 특이 소견은 없다고 못 박으며 물리치료와 약 처방만 내주었다.


진료실을 나서며 씁쓸한 마음이 남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손가락 불편함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나이 앞자리에 4가 붙으면서 신체의 작은 변화들이 하나둘 느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 정도 증상에 예민하다”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강만큼은 미리 조심해서 나쁠 것 없는 영역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식습관을 조절하고, 과식을 피하며, 영양제를 챙겨 먹는 작은 습관이 은퇴 후 삶의 질을 결정할 거라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흔히 병원에 갈 때 ‘예약한다’라고 말한다. 영어로는 대개 appointment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사용 시에는 조금 주의해야 한다. schedule은 병원 전체의 예약 일정 속에 시간을 잡는 행위이고, appointment는 내가 의사와 직접 만나기로 한 구체적인 약속을 뜻한다.


The clinic scheduled me for next Monday. (다음 주 월요일로 진료 예약을 잡았다.)

I made an appointment with the doctor at 3 p.m. (오후 세시에 진료 예약이 있다.)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초점은 다르다. 이번 진료 경험이 내 몸의 신호뿐 아니라 언어의 작은 차이까지 돌아보게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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