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 corrected vs. be wrong
2026학년도 수능이 이제 40여 일 남짓 남았다. 내 근무지 역시 전국 대부분의 고3 교실과 마찬가지로 정규 수업과 평가는 거의 끝나고, 학생들은 각자의 계획에 따라 자습으로 하루를 보낸다.
아침은 늘 휴대전화 알림음으로 시작된다. 복통, 두통, 생리통, 비염, 치통…. 각종 증상을 호소하며 “오늘은 결석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줄줄이 도착한다. 고3 담임 첫 해에는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었지만 이제는 짧게 “네, 확인했습니다”라고만 답한다.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출결을 정리하고 데이터로 남기는 일이 우선이니까.
조회 중에는 지각한 학생을 하나하나 연락해 현재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각을 묻는다. 전날 지각·조퇴·결석한 학생들의 증빙 서류와 신고서도 챙겨야 한다. 일과 중엔 예체능 실기 연습을 이유로 교실을 빠져나가는 학생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남은 학생들이 “선생님, 저도 집에 가고 싶어요”라며 투정을 부리면 “다른 사람이 뭘 하든 네 중심을 잡아야지”라고 달래는 것도 나의 일이다.
자습 태도는 극과 극이다. 계획적으로 시간을 쓰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영상 시청, 게임, 잠으로 흘려보내는 학생도 많다. 후자에게 아무리 지도해도 효과는 미미하다. 대학 진학 의지가 없거나 이미 재수를 마음먹은 경우, 혹은 수시 원서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합격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시 상담에서 데이터를 근거로 현실적 조언을 해도 부모와 학생이 끝내 귀를 닫는 일이 대부분이다. “아이의 좌절을 보고 싶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학과에 수십만 원의 원서료를 쓰는 학부모도 있었다.
최근 학년부는 쉬는 시간 외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고 흡연 측정을 도입했다. 십여 명의 학생이 적발되었고, 그중 우리 반에도 해당 학생이 있었다.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될 일인데, 그 학생은 길길이 날뛰며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언짢게 만들었다. 학부모에게 알린 직후 그 학생은 전화기 너머로 나에게 “내일 학교 안 가!”소리치며 끊어버렸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만약 그가 교무실로 와서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말했더라면 나는 흔쾌히 He stands corrected라고 했을 것이다. 이 표현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가 옳았음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스스로 판단을 바로잡을 때 쓰는, 체면을 잃지 않으면서도 성숙함을 드러내는 말이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고함은 그와 달랐다. 그는 단순히 He was wrong—즉, 잘못했음에도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둘 사이의 간극은 단어 하나 차이 같지만 태도와 성장의 거리는 놀랍도록 크다.
하루하루가 이런 긴장들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리고 전국의 모든 고3 담임들은 졸업식 날 학생들이 “선생님 덕분에 버텼어요”라고 웃으며 인사하길 바라며 내일도 교실 문을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