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 mood vs. in the mood
올 초 많은 사람들이 10월 달력을 보며 설레했을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긴 추석 연휴 덕분에, 하루만 휴가를 내면 무려 열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미 연초부터 국내외 여행 예약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긴 차량 행렬, 붐비는 공항, 게다가 전국 공항 파업 소식까지 겹쳐 이번 연휴 동안 곳곳에서 불편한 상황이 이어질 듯하다. 설레며 길을 나섰다가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누구든 금세 in a mood가 될지 모른다.
그와 달리, 나의 연휴는 훨씬 조용할 예정이다. 성묘와 가족 식사를 제외하고 특별한 일정은 없지만, 제19회 쇼팽 콩쿠르 본선을 시청할 계획이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이 대회는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162명이 예선을 치렀고, 이 중 절반만이 오는 10월 2일부터 2주간의 본선 무대에 선다. 지난 18회 때에도 퇴근 후 매일 유튜브로 참가자들의 연주를 보며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 이번 무대를 더욱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번만큼은 확실히, I’m in the mood for watching these great performances.
지난 예선 무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두 가지였다. 어린 참가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기량을 보여준 이들이 있었고, 아시아 출신 피아니스트들의 비중이 눈에 띄게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민 등으로 국적이 바뀐 경우까지 포함하면 본선 진출자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 기반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국제 콩쿠르라면 좀 더 다양한 지역의 음악 해석이 공존하는 무대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와 몇몇 아시아 국가 출신의 음악가들은 어릴 적부터 치열한 훈련과 노력을 통해 탁월한 음악성을 빚어낸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 점은 경탄스럽지만, 동시에 유럽이나 다른 지역의 새로운 해석이 더해질 때 대회가 한층 풍성해지리라 믿는다.
이번 본선에서 개인적으로 특히 주목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 2회 시대악기 부문 우승자 Eric Guo,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기량을 보인 2009년생 Zihan Jin, 그리고 지난 대회에서 결선까지 진출했던 이 혁님과 이번에 처음 출전한 그의 동생 이 효님이다. 특히 나는 이 혁님의 지난 무대—돈 조반니 변주곡, 소나타 3번, 피아노 협주곡 2번 등—를 여러 번 돌려보면서 그가 입상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이번에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를 보여줄지, 또 어떤 무대를 통해 다시 한번 청중의 마음을 흔들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결국 추석 연휴는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분으로 기억될 것이다. 긴 여행길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에 부딪히면 누구든 쉽게 in a mood, 그러니까 괜히 언짢아지고 짜증이 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 조용히 콩쿠르 실황을 보며 시간을 보내려는 나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한다면 자연스레 in the mood, 곧 무언가를 하고 싶은 기분에 젖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