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본 사람, 그림자에 선 사람

earn vs. deserve

by 루인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일이 잘 풀리는 사람을 부러워하여 시기나 질투 감정이 생긴다는 뜻으로 알려진 이 표현은 영어권에서는 'green with envy,' '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 등으로도 쓰인다 하니, 어찌 보면 타인을 질투하는 감정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였나 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본래는 '사촌이 땅을 사면, 나도 같이 기뻐서 배가 아프다'는 표현이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배가 아프다’는 질투의 통증이 아니라, 너무 기뻐서 뭉클하거나 긴장된 신체적 반응을 뜻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그 의미가 시기와 질투로 바뀐 건 아닐까. 다 같이 못 입고 못 먹던 시절을 지나며, 그중 '일부'가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 데서 비롯된 변화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일부’가 아닌 ‘상당수’가 타인의 성과나 성공을 단순히 부러워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폄하하고 심지어 조롱하기까지 한다. 내가 요즘 즐겨 보는 제19회 쇼팽 콩쿠르 실시간 중계의 채팅창에서도 그러했다. 매 무대마다 수 만 명의 시청자들이 참가자들의 연주를 보며 의견을 나누는 공식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쉴 새 없이 내뱉는 말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바지가 짧아서 양말이 보인다,” “10점 만점에 2점,” “머리가 곧 벗어질 것 같다,” “코가 잘생겼다” 등 연주와 전혀 상관없거나 참가자들을 비난하는 말들이 채팅창을 도배했다. 영어 사용을 요청하는 주최 측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모르는데 어쩌라고”라는 반응까지 이어졌다. 여러 사람들과 감상을 나누고 싶었지만 결국 채팅창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왜 저런 사람들 때문에 다른 이들이 불쾌해야 하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연습실에서 보내며 노력했을지를 알기에, 그런 행동들이 한없이 무례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 그들은 무언가를 earn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땀 흘려 노력하지 않고,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지 않은 채, 남이 이룬 결과를 시기하거나 깎아내리는 것이다. They want to deserve the success without ever earning it.


대입 상담을 할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본다. 평소 공부를 게을리하던 학생들이 정작 원서를 쓸 때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A대학은 수준이 낮다, 나는 최소 B대학은 가야 한다”라며 A대학을 지원하는 친구들을 무시하곤 한다. 자신이 충분히 earn 하지 않은 결과를, 아무 근거 없이 deserve 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처럼 타인의 성취를 시기하거나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건강하지 못해 진다. 각자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남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우리가 진짜 존중해야 할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earn 하기까지의 과정이다.


학교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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