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ary vs. secondary
한동안 뜸했던 온라인 피아노 커뮤니티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자녀의 콩쿠르 영상을 올리며 “이 정도면 전공을 시켜도 될까요?”라고 묻는 내용이었다. 영상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댓글에는 국내 주요 콩쿠르에 정통 레퍼토리로 도전해 본 뒤 결정하라는 조언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글쓴이의 마지막 답변이 눈에 걸렸다.
“방학도 있고, 우리 아이가 음악 교사를 하고 싶어 하네요.”
맥락과는 다소 동떨어진 이 한 문장을 보며 묘한 씁쓸함이 밀려왔다. ‘방학이 있어서’라는 이유로 선택지에 오르는 직업. 교사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체능 교과 교사의 임용 규모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현실까지 고려한다면, 그 말은 더욱 가볍게 들린다.
사실 교사에 대한 인식과 처우는 오래전부터 점차 낮아져 왔다. 특히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일수록 그 부담은 더욱 크다. 최근 한 코미디언이 어린이집 교사의 하루를 15분가량으로 압축해 보여준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교사의 현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나는 그 영상 속 교사처럼 하루 종일 학생들의 생활을 세세히 돌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난주 학년부 교무실에서의 시간을 떠올려 보면, 교사의 역할이 단순히 ‘가르치는 일’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학생들 간의 언쟁과 몸싸움을 중재하는 순간에는 경찰관이 되고, 학부모와의 통화가 길어지며 그들의 사적인 고민과 감정을 들어주는 순간에는 상담자가 된다. 자신의 다음 수업을 제치고 체육 시간에 다친 학생을 병원에 데려갈 때는 보호자이자 구급대원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주말에 있을 검정고시를 위해 정규 시간에 교실을 정리하고 책상을 배치하는 행정 공무원도 되어야 한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교사의 primary role은 과연 무엇이고, 어디까지가 secondary task일까. 분명 ‘가르치는 일’이 가장 본질적인 역할일 텐데, 현실에서는 수많은 부수적인 업무들이 그 자리를 상당 부분 잠식하고 있다.
이처럼 수업 외의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다 보니, 정작 수업 준비는 퇴근 후나 주말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편 지필평가를 앞둔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한 자료보다 학원에서 받은 두꺼운 교재에 의존하고 있다. 나 역시 동료 교사들과 함께 수업 자료를 정성껏 준비하고 반복해서 설명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어쩌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많은 내용을 한데 모아 놓은 학원 교재가 더 ‘안전한 선택’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가능한 많은 것을 확보하려는 심리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본 실력이 있고 수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충분히 반복 복습한다면, 적어도 학교 시험에서는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된다. 이번 주에는 부수적인 일들에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교사로서의 primary role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When secondary tasks take over, the primary role slowly fades a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