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의 두 얼굴

waste vs. fritter away

by 루인

새 학기가 시작되며 맞이하는 첫 주는 언제나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손에 들린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금세 바닥을 보이듯, 요즘 하루하루는 학생 대입 상담으로 더욱 빠르게 흘러간다. 이번 주 역시 9월 초 수시 원서 접수 전 학생들이 지원할 학교 및 학과 리스트를 최종 점검하며 보낼 예정이다.


며칠 전 만난 한 학생이 마음 어딘가에 계속 남는다. 늘 성실하고, 누구보다 계획적인 학생이었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면 영어 단어를 외우고, 국어 지문을 읽는 그녀를 항상 목격했다. 자투리 시간까지 헛되이 쓰지 않는 모습은 늘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개학 후 매일 아침 마주하던 모습이 1학기 때와는 전혀 다름을 보며 다소 의아해하던 중, 희망 수시 지원 학교 목록을 본 순간 뭔가 분명히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수능은 안 보려고 해요. 그냥 확실히 갈 수 있는 학교만 썼어요.”


짧은 대답 속에는 실망과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몇 번의 모의고사 성적에 마음이 꺾인 것이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네가 해온 공부는 시간 낭비가 절대 아니야. 하지만 지금 수능을 포기한다면 그건 앞으로 네가 마주할 수 있는 기회들과 서서히 멀어질 게 분명해.”


그 학생이 관심 있는 학과가 있는 다른 학교 몇 곳을 함께 찾으면서 그중 통학도 용이하고 도전해 볼 만한 학교 한 곳을 콕 짚었다. 유일하게 수능 최저 기준을 요구하는 곳이었다.


“그동안의 모의고사 누적 데이터를 볼 때 너라면 그 기준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을 거야. 결과가 두렵더라도, 네가 쌓아온 시간을 진짜 값지게 만드는 건 도전이야. 도전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걸 얻을 수도 없잖니.” 학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다시 마음이 움직이는 걸 느꼈다.


다음 날 아침, 예전처럼 단어장을 펼쳐 집중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알았다. 전날의 대화가 헛되지 않았음을.


생각해 보면, 낭비에는 두 얼굴이 있다. waste는 한순간에 물처럼 흘러가 버리는 것이고, fritter away는 모래처럼 조금씩 새어나가는 것이다. 그 학생의 지난 시간은 waste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포기라는 이름으로 앞으로의 기회를 fritter away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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