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일인가요?

on sale vs. for sale

by 루인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던 2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동안 우리 경제가 ‘진짜 호황’이었던 시절이 있었나 싶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국내외의 크고 작은 사건들은 항상 각종 경제 지표에 경고등을 켰고, 나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불안과 경각심으로 다가왔다.


그 중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건 역시 소비자 물가지수, 소위 장바구니 물가다. 미국발 관세 전쟁, 기후 변화로 인한 농산물 품귀, 소비재 가격의 불안정성…. 무언가를 장바구니에 담기까지 몇 번이고 손가락이 망설이는 요즘이다.


내 온라인 장바구니 안에는 식료품부터 가전제품까지, 다양한 품목들이 들어 있다. 그 중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나 보조제, 간단한 운동기구 등은 품질을 우선으로 삼아 별 고민 없이 구매하는 편이다. 집의 가장이자 내 삶의 주체로서,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옷이나 신발, 화장품 같은 패션 소비는 놀랄 만큼 줄었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었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옷장 속에서 자리만 차지하게 되는 물건들. 그것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일조차 피곤해졌다. 이제는 유행보다는 품질, 일시적인 만족보다는 오래가는 사용감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얼마 전, 약속 시간 전의 잠깐의 여유 속에서 백화점을 둘러보다가 하얀 여름용 스니커즈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비슷한 게 있긴 했다. 하지만 여름을 몇 번 지나며 그 하얀색이 처음 같지 않다는 사실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새로 사도 괜찮지 않을까?'


가격표를 확인하고, 게다가 ‘할인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고민은 더 깊어졌다. 계획에 없던 소비, 하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은 마음. 결국 ‘일단 현장을 벗어나자’는 결론을 내리고, 다른 매장을 둘러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마침내 내린 결론은 단호했다. “오늘은 아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순간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은 나 자신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계획 없는 소비는, 이제 정말 멀리하자고.




그날 나를 가장 흔들리게 했던 단어는 ‘할인’이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sale’을 ‘할인’과 동일하게 생각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sale’은 ‘판매’라는 뜻이다. 할인 중이라는 의미로 쓰고 싶다면 on sale이란 표현이 정확하다.


가게에 ‘clearance’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면, 이는 재고 정리를 위한 큰 폭의 세일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 하나 자주 헷갈리는 표현이 있다. for sale은 ‘판매 중인’ 상태를 말할 뿐, 반드시 ‘할인 중’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날의 스니커즈는 분명 on sale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단지 for sale인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내 절제력, 소비 가치관, 그리고 욕망과 마주한 순간이었다. 한순간의 유혹을 이겨낸 그날, 내 마음속에는 이런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The sneakers were on sale, not just for sale — but I’m glad I chose not to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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