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는 포화가 아니라 공백이다
링크드인에서 발견한 한 장의 차트가 있다. 2,500개의 점. 점 하나가 320만 명이다. 전부 합치면 81억 — 지구의 전 인구. Ben Tann이 만든 이 도트 차트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모니터 앞에서 잠깐 멈췄다. 회색이었다. 화면의 거의 전부가. 비 오기 직전의 하늘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 끝없이, 묵직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하단 몇 줄만 초록이다. 그 아래, 손톱만 한 노란 점 몇 개. 빨간 점은 — 눈을 크게 뜨고 찾아 봐야 보인다.
84%, 68억 명이 AI를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다. 그리고 여기서 많은 사람이 놓치는 게 있다. 초록으로 칠해진 16%, 약 13억 명 — 이 사람들이 AI를 "쓰고 있다"고 말하기엔 좀 민망한 수준이다.
무료 ChatGPT를 한번쯤 열어봤다는 뜻이다. 호기심에 질문 몇 개 던져보고, "신기하네" 하고 닫은 사람들. 업무에 녹여 쓰는 것도 아니고, 돈을 내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식당 앞을 지나가다 메뉴판만 들여다본 셈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 앉은 사람 — 월 20달러를 내는 유료 사용자 — 은 0.3%에 불과하다. Cursor나 Claude Code 같은 코딩 도구까지 쓰는 사람은 0.04%. 이건 식당 비유로 치면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하고 있는 수준인데, 지구 전체에서 200만~500만 명이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놀란 건 작아서가 아니다. 비어 있어서다.
당신의 타임라인을 열어보라. 링크드인이든 X든. AI 이야기가 넘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에이전트, AGI — 매일같이 쏟아지는 포스트. 그 안에 있으면 세상 전체가 AI로 돌아가는 것 같고, 나만 뒤처진 것 같다.
그런데 점들은 회색이다. 거의 전부가.
세상이 AI로 돌아가는 게 아니었다. 내 타임라인이 돌아가고 있었을 뿐이다. 영상 제작 현장에서 15년을 보내고 세 번 스타트업을 세우면서 AI 도구를 매일 붙들고 사는 내 주변이, 곧 세상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묘하게, 이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는 직감이 왔다.
이 괴리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거울이 있다. 2005년, 세계 인구의 16%가 인터넷을 쓰고 있었다. 약 10억 명. 지금 AI 채택률과 정확히 같은 숫자다. 그런데 더 닮은 게 있다 — 그 16%도 대부분은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야후 검색을 한번 해보는 정도였다. 인터넷을 "진짜로" 쓰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 지금 AI의 16%가 무료 챗봇을 한번 열어본 수준인 것과 판박이다.
그 해에 유튜브가 베타로 문을 열었고, 페이스북은 대학생 전용이었으며, 아이폰은 존재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DVD를 우편으로 부치고 있었다. 닷컴 버블 직후라 "인터넷,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이 진지하게 많았던 시절이다.
그 뒤에 뭐가 왔는지는 당신도 안다. 소셜미디어, 이커머스, 스트리밍, 클라우드, SaaS — 우리가 아는 디지털 경제의 거의 전부가 "16% 이후"에 태어났다.
3개월 전. 다보스.
AI를 도입한 기업 상당수가, 초기에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새 도구를 익히느라 느려지고, AI가 뱉은 결과물을 검수하느라 시간이 더 든다. 그러다 어느 순간 꺾인다 — 급등이 온다. Fortune이 올해 보도한 설문에서 수천 명의 CEO가 "AI가 아직 고용에도 생산성에도 별 임팩트가 없다"고 답했다. 헬스장 첫 달과 같다. 몸은 더 아프고 체중은 안 빠지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변화는 3개월 뒤에 온다. 대부분은 그 전에 끊는다.
이걸 뒤집어 읽으면, 지금이야말로 들어가야 할 타이밍이라는 뜻이다.
그 회색 점들을 다시 보자. 나는 이 차트에서 위기가 아니라 지도를 봤다. 아무도 없는 지도.
나는 세 번 스타트업을 창업 했다. 첫 번째는 VR 디바이스 — 시장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장비가 재고로 쌓였다. 두 번째는 콘텐츠 프로덕션 — . 세 번째에서야 타이밍이 뭔지 몸으로 배웠다. 결국 그런 거다. 모두가 "대세"라고 부르는 순간은 이미 기회의 반이 닫힌 시점이고, 대부분이 쳐다보지 않을 때가 진짜 시작이다. 그리고 지금, 84%가 쳐다보지 않고 있다. 16%조차 메뉴판만 들여다본 수준이다. 식당은 텅 비어 있다.
지금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다면 이 차트를 프린트해서 모니터 옆에 붙여라. 당신이 보는 시장은, 앞으로 열릴 것의 극히 일부다. 실제 고객은 회색 점들 안에 잠들어 있다. 투자를 고민 중이라면 더 선명하다 — 0.3%에서 다음 10억 사용자로 다리를 놓는 기업이 향후 10년을 정의한다. 브랜드를 운영한다면, "아무도 안 쓴다"에서 "모두가 쓴다"로의 전환이 인터넷 때보다 빠르게 올 수 있다는 것. 2005년에서 2015년까지 10년 걸린 변화가, 절반도 안 걸릴 수 있다.
한 가지만 자문해보자. 당신은 지금 회색인가, 초록인가, 노란색인가. 그리고 솔직하게 — 초록이라고 답한 사람 중 대부분은, 무료 챗봇을 몇 번 만져본 게 전부 아닌가. 나는 브런치에 2번째로 쓴 칼럼글에서 ["수영장 얕은 곳의 사람들 — AI 시대, 착각의 경제] 이 현상에 대해 직설했다.
자기개발의 시대가 끝나고, 자기생존의 시대가 왔다. 자기개발은 누구에게나 선택의 문제였지만 생존은 그 누구에게도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세 번째 스타트업을 창업하며 차갑고 잔인하리 만큼 냉정한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서 배운 문장이다.
이 글을 여는 계기가 된 그 차트를 다시 올려다본다. 2,500개의 점. 비 오기 직전의 회색 하늘. 그런데 하단의 초록이, 아주 천천히, 위를 향해 번지고 있다. 아직은 메뉴판만 들여다보는 수준일지라도 — 문 앞에 서 있다는 건,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그 번짐의 일부가 될 건지 아닌지는, 결국 당신이 정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저 빨간 점 하나가 자꾸 눈에 밟힌다. 0.04%. 절대값으로 치면 400만 명. Cursor를 열고, Claude Code를 돌리고, AI로 뭔가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지금 그 점 안에 서 있다. 세 번째 사업에서 겨우 살아남은 영상쟁이가, 새벽에 코드를 돌리며 다음 답을 만들고 있다. 1995년에 HTML을 만지던 100만 명이 구글을 낳았다. 2008년에 앱을 깔짝이던 30만 명이 우버를 낳았다. 이 빨간 점 400만 명이 뭘 낳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세상을 바꾼 건 언제나 차트에서 잘 보이지 않던 점이었다. 그리고 그 점은 —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새벽 안에서 깜빡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