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친 하루에 숨 쉴 곁

그림책 레터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

by 여울빛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

2024년을 마무리하며 글을 올렸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 말을 향해 가고 있다니..


가차 없이 흐르는 시간 때문에

주저앉아 울고 싶을 지경이에요. 엉엉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그래픽 노블' (그림 graphic + 소설 novel)이라는

장르로 꽤 두꺼운 그림책이랍니다.


책의 주인공인 가구 회사 영업 사원 곰씨는

무실적이라 늘 고민이 많아요.

그래서 늘 퇴사 압박을 받다가

점점 최우수 사원까지 가면서 상도 받는

실적 좋은 영업 사원으로 거듭난답니다.


하지만 결국 작가라는 꿈을 위해

퇴사를 하게 되는 스토리.


이 그림책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실제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영업 사원인 곰 사원이 만난 다양한 고객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육아에 지쳐 불면증에 시달리는 쥐 고객,

남편의 사별 후 찻잔을 모으며 살아가는

외로운 멧돼지 고객,

사고 싶은 가구가 있지만

남편의 반대로 사지 못하는 새 고객 등.


무실적인 곰 사원에게 소리 지르는 국장 또한

실적 압박을 받고 있는 일개 직원이니

안쓰럽기도 하고요,

실적과 승진에 집착하여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오렌지 여우는 결국 위염에 시달립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림책 속에 고스란히 녹여 있어요.

“ 당장 코앞의 문제 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


요즈음 저는 해야 할 일들 혹은

해내야만 할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

스트레스받기도 하지만 설레고 즐거운 일들로 인해,

혼자가 아닌 함께 밀어주고 당겨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에 감사한 마음 이랍니다. :)


하지만 꾸역꾸역 하나씩 해치워야 하는 것들로

잠시 게으름 피우다 보면 가슴이 쿵쾅쿵쾅!! ;;


그래서 시간을 알차게 써가며

몰입해 보려 노력하는 요즘이에요.

그래서 저의 올 한 해 목표는

“오늘 할 일은 오늘 다 하자”


그래서인지 ‘당장 코앞의 문제 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문장이 눈에 띕니다.


“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한 개를 손에 쥐면, 한 개를 손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

“ 시간은 가능성이니까요.

내가 곰 사원의 나이라면,

그 젊음으로

정말 하고 싶은 걸 뭐든지 다 하고 살 텐데. ”


책을 보며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지인들과

제 과거의 작장 생활이 떠오릅니다.

영혼을 갈아 넣어 일을 하다 과로로 쓰러지기도 하고,

몇 년 새 너무 많이 늙어버린 얼굴에

깜짝 놀라기도 했던 누군가.

존버가 승리한다고들 말하지만

결국 누구를 위한 존버이며 진정한 승리가 무엇일까.


그림책을 보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 다음 소희 >가 생각났어요.

사무직에 취직했다고 좋아하는 소희는

전화 부스로 가득한 콜 센터에 들어서자

두려움이 한가득 밀려옵니다.

콜 센터 한쪽 벽에는

직원들의 실적이 빼곡히 붙어있고

실적으로 인한 압박은 회의에서 계속됩니다.

자식이 죽어 인터넷을 해지하려는 사람에게까지

상품을 권하라고 강요하는

콜 센터 직원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도 실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더 미쳐 돌아가고 있는 세상인지 모르겠어요.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제 나이가 올해로 44살, 음력 닭띠이니

어느덧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생각해 보면 아무리 오래 살아봐야

지금껏 살아온 시간 정도도 남지 않은 나이.

가차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삶은 매우 빠르게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길고도 계속되는 게 우리의 삶이기도 하기에

좀 더 젊을 때 하고 싶은 것,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겠지만

사실 저도 제 자신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 같진 않습니다.


“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사실, 정상이 아닐지도 몰라요.

혼란스러운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아요.

삶은 모두에게 처음이니까요.

저는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잘 모르겠는걸요. ”


뭐든 출발과 도착이 있어요.


그러니 저의 시간도,

여러분의 시간도 시작이 있었을 것이고

언젠가는 끝이 나겠죠.

그렇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시간을 채우고 시간은 우리를 만들어 가는 것.

이 나이가 되도록 무엇을 원하는지

제 자신도 아직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것 같지만

다만, 이건 잘 알아요.


천체들의 무게 중심이 천체 안에 잘 자리 잡고 있으면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듯

저의 모든 가치 판단도

제 안에 있을 때 가장 안정적이라는 것.


그러니 제 안에 저만의 가치 판단 기준을 잘 세워

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

‘나 다운’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우리는 매일 살아보지 않은 날들을 살아가요.

매일 다시 태어나니 여전히 전 어른이 아니고

어쩌면 어른은 영영 되지 않는 것이겠구나 싶습니다.

그저 ‘어른 인척’ 하며 살아가는 날들뿐이겠죠.


그럼에도 저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

그저 ‘나 다운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선택한 불완전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의 자리에서 나의 역할을 묵묵히 해낼 수 있기를..


당연한 혼란스러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기를..


꿈을 찾아 헤매는 시간을 좀 더 줄일 수 있기를..


지금 이 시간처럼

인생이란 원래 이렇게 별 볼일 없는 것이냐며

징징대면서도 툭툭 털고 일어나

매번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게 바로 ‘나 다운’ 삶일 테니까요. :)


그래서 오늘의 질문!


“여러분의 ‘나 다움’ 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누가 나를 알아줘서 보람 있고 행복한 게 아니라,

내가 일을 하면서 자존감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으면

그 자체로 행복하고 고마운 거다.

내가 올바르면 세상의 평가쯤이야

넉넉하게 넘기는 게 한결 쉽지 않을까?

눈 밝은 이라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속 꽉 찬 이를 찾아내고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은 공평해질 것 아닌가. ”


-김경집의 <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 中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