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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안 Feb 04. 2020

그 날의 면접, 고칠 점을 리뷰해 봅시다

K사 어시스턴트 면접 스스로 돌아보기

지난번의 면접은 평범한 실패담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면접 경험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정성 들여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결과로 면접 기회를 얻었다는 성취감이 가장 크다. 그리고 면접을 하면서 내가 모자랐던 부분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었다. 정말 발전의 발판을 마련한 기분이었다.


1. 두괄식으로 말하는 연습하기

다행스럽게도 말과 글에는 조금 재주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청중 앞에 서거나 면접 상황에서도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편이다. 어차피 지원 직급이 인턴도 공채도 아니니 편안한 마음으로 임한 것도 있다. 그 부분이 오히려 면접용 화법을 준비하는 데는 걸림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경험을 묻는 질문에 "저 같은 경우는 이런 경험이 있었어요."라고 대답을 시작했다. 물론 '이런'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그 뒤로 바로 풀어서 설명하긴 했지만,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와중에도 그 문장으로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평범한 대화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나갈 수 있는 곁들임 말 정도로 쓸 수 있겠지만, 면접에서는 좀 더 간단하고 명쾌하게 대답을 시작하는 쪽이 더 적절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런 filler 없이도 바로 경험을 제시할 수 있도록 내 안에서 더 날카롭게 경험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2. 마케팅 더 공부하기

내가 지원했던 직군이 서비스 운영 어시스턴트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어쨌든 콘텐츠를 발행하는 업무를 겸하다 보니 그 업무 영역은 마케팅에도 걸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콘텐츠 발행해서 그냥 자기만족할 건 아니니까. 그런데 나는 '서비스 운영', '콘텐츠'라는 말에 너무 경도된 나머지 이 일들이 마케팅과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면접장에서 면접관 분이 "마케팅 업무를 해야 하니까"라고 말하고 나서 깨달았을 정도다.

콘텐츠 마케팅을 두고 나는 마케팅보다는 콘텐츠 기획/제작에 좀 더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어필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알못'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SNS 플랫폼을 활용한 홍보 전략을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지금 내가 하는 대답이 얼마나 재미없고 상투적이고 뻔한지 너무 잘 느껴졌다. 나조차도 그렇게 느꼈는데 현업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겠어. 굳이 톡톡 튀는 대답을 할 필요까지도 없었겠지만 적어도 마케팅 업무를 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이해가 일반인 수준으로 그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뒤로 광고홍보를 전공한 친구한테 연락해서 어떻게 정보를 얻고 공부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오늘은 무려 도서관에서 책도 빌렸다. 으하하.


3. SNS 플랫폼 활용

솔직히 고백합니다.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콘텐츠 홍보를 논했지만 그 당시 제 핸드폰에는 인스타그램이 깔려있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도 하나둘 인스타그램을 지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멈춘 지 오래돼서 나 스스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마케팅의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마음 같아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도 다 지우고 싶다. 디지털 디톡스 만세.)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카드 뉴스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목적이니 굳이 소셜 미디어에 천착할 필요도 없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이고,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아무리 떨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소셜 미디어의 중심이니 '콘텐츠 마케팅'을 한다면 페이스북을 무시할 수 없을 테다. 매스 미디어로 광고 태우는 거 아닌 이상 어떻게 사람들에게 접근하나 싶기도 하고. 그러니 구독용 계정이라도 따로 파서 계속 트렌드를 쫓아가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SNS를 쓰면서 피로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집에 혼자 있는데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기분이 들 때였다. 구독용 계정으로 그런 부분을 다 끊어내고 '이야기'로서 피드를 바라보게 된다면 좀 덜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피곤하다 싶으면 그때는 정말 진로 변경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4.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

앞으로 콘텐츠 툴 뭐 다룰 수 있냐고 물어보면 클립 스튜디오도 잊지 않고 대답해야겠다. 저 그림 그릴 줄 알아요! 면접 끝나고 나서 그 프로그램을 언급 못한 게 내심 아쉬웠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도 다루는 법을 기초적으로라도 알아둬야 할 것 같다. 포토샵, 프리미어, 애프터 이펙트 다 다루면서 일러스트레이터만 못 쓰고 있으니 왠지 이 하나가 빠진 기분이다. 벡터 패스 다루는 게 어려워서 그런데, 언젠가는 정면으로 마주하고 넘어가야겠지.


5. 자기소개 벼리기

면접 준비를 하면서 1분 자기소개에 관한 글을 몇 개 읽었다. 내가 크게 인상 깊었던 코멘트는 1분 자기소개가 유일하게 나의 다음 질문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이 자기소개 멘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면접관의 다음 질문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하고재비'라는 키워드를 써서 나를 설명한 건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실제 내 성격을 설명하는 단어에 가깝기도 하고, 흔하지 않은 키워드일 것 같았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 키워드만으로는 K사 어시스턴트에 부합하는 나를 설명하기는 힘들었다. 기획 파트였으면 몰라도... 그래서 시도는 좋았으나 임팩트는 떨어지는 설명이었을 테다. 동시에 다음 질문으로 유도할 만한 포인트가 없었다. 실제로 1분 자기소개 이후로 꼬리 질문이 나오는 게 아니라 자기소개서에 적은 활동 이력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컨트롤에 실패했다.


6. 구체적인 경험을 들기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본인의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예시 상황을 묻는 질문도 많이 받았었다. 이때 경험을 근거로 대답한 게 아니라 원론적인 대답에서 그친 부분이 아쉽다. 내가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고 끝내는 건 그 자리에서 지어 말해도 충분히 가능한지라 좀 더 내 이야기에 힘이 실리려면 바로바로 꺼내 쓸 수 있는 뒷받침 경험들이 있어야 할 것 같다.


7. 구체적인 사례를 기억하기

카카오플백의 브런치에서 인상 깊었던 글이 무엇인지, 마음에 들었던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썩 만족스럽게 대답한 편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시험칠 때 교과서의 지문이 기억나고 삽화가 기억나고 꼬리말도 기억나고 거기 내가 적어둔 낙서나 필기도 기억나는데 정작 필요한 답만 기억이 안 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듬더듬 대답한 감이 있다. 앞으로 이런 자사 서비스에 대한 이해와 관련된 질문을 준비한다면 그냥 눈으로 훑어보면서 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아가야지~~ 에서 끝나지 않고 정확히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었는지 정하고 들어가는 편이 좋을 듯.


8. 좀 더 괜찮은 질문 생각하기

이전에 다른 알바를 할 때 점장님이 신입 면접을 보고 나서 그 친구를 안 뽑기로 했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한 거 있냐고 물었는데 질문이 없다고 해서"였다. "우리 매장에 궁금한 게 없는데 관심이 없어서 일은 어떻게 하냐"는 듯한 뉘앙스였다. 왜, 연애할 때도 상대한테 궁금한 게 없으면 그 관계는 끝난다고 하잖아요.

이번 면접에서 나도 K사에 질문할 기회를 얻었다. 당시에는 정말로 내가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긴 했는데, 좀 더 공들인 질문을 생각해 둔다면 내가 해당 회사와 직무, 업무에 관해 얼마나 많이 이해하고 있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단번에 보여줄 수 있을 듯하다. 이래서 질문이 어려워.



이렇게 적어두니까 떨어질 만해서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고 갑자기 사람이 겸허해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다음 면접은 좀 더 괜찮을 것이다. 여기 적어놓은 부분들 다 연습하고 고쳐서 도전할 테니까...!

내일은 이 면접에서 내가 잘했던 점을 복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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