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실패담 1.5 그 이후
평범한 실패담 1
그녀는 상시 모집인 콘텐츠 기획 어시스턴트에 지원하고자 했으나, 지원서를 내기도 전에 모집 창이 닫힌 것을 발견한다.
평범한 실패담 1.5
그녀는 당황했다. 여러 번 깨져가며 고쳤던, 부족하지만 어쨌든 발전한 자기소개서가 이대로 버려지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다행히 같은 회사의 다른 지원 공고를 발견한다. 전체적인 일은 얼마 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그 업무에도 '콘텐츠 담당'이 있어서, 급하게 그 자리에서 지원서를 적당히 고친 뒤 제출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면접 일정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
면접 당일,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던 친구를 만나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무가 달라서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은 아니었지만 긴장을 풀기에는 충분했다.
10분 정도 일찍 면접 장소에 도착했고, 대기 장소에 앉아서 지금까지 준비했던 예상 질답 리스트를 눈으로 다시 훑었다. 내가 쓰고 내가 생각한 내용이지만 다시 보니 새로웠다. 다시 보지 않았다면 면접 들어갔을 때 답변할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서 당황했을 것 같다. 다행이었다.
저는 카카오 프로젝트 100 서비스 운영 어시스턴트에 지원했었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면접 후 적어뒀던 메모를 바탕으로 복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받은 질문 순서, 답변 내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1. 자기소개해달라.
스스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다가 경상도 방언 중 '하고재비'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 그리고 그걸 꼭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을 뜻한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좋아한다. 이런 성향이 카카오 프로젝트 100에서 서비스 운영 어시스턴트를 하는 일에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2. 왜 이 직무에 지원했는지?
올해 목표 중 하나가 꾸준하게 무언가를 하는 일이다. 그 예로 브런치에 매일 글을 적고 있다. 카카오플백도 100일간의 꾸준함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는 만큼 내 관심사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변화를 체득하는 당사자로서 카카오플백의 콘텐츠 기획이나 서비스 운영에도 더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3. 우리 서비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우선 비슷한 플랫폼으로는 네이버 밴드나 챌린저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차별화되는 플백만의 차별점이라면 목표 달성을 위해 모이는 커뮤니티 형성, 사람 사이의 연대감을 만드는 데 좀 더 특장점이 있다고 느꼈다. (카카오 플백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예시 설명)
4. 우리 서비스의 홈페이지에서 인상 깊은 파트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첫 페이지요.(일동 웃음. 근데 정말... 생각이 안 났다; 눈 앞에서 홈페이지 구성 그리라면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인상 깊은 점은 생각이 안 났다)
4-1. 첫 페이지가 가장 눈에 띄는 건 당연하니까, 거기서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기억나는 프로젝트와 아쉬운 홈페이지 구성에 대해 이야기함)
5. 우리 서비스가 홍보용으로 이용하는 플랫폼이 무엇이 있는지?
페이스북에서 카카오 소셜임팩트 단일 계정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5-1. 그것 외에도 브런치나 톡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아아, 브런치 알아요. 글 다 읽어봤어요.
6. 그럼 브런치 포스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이 있다면?
실제로 참여하신 분의 인터뷰를 봤는데... 내용은 잠시만요...(정말 다 읽어봤는데 내용이 기억이 안 났다. 머뭇거리니까 그 정도면 됐다고 대답하셨다)
7. 현재 쓰고 있는 SNS나 어플리케이션이 무엇이 있는지?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건 트위터고요, .......그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아니요, 답변을 조금 수정해도 될까요? 트위터밖에 안 쓴다고 한 이유는 제가 의식적으로 많이 접속하고 있는 SNS여서 그렇습니다. 그 외에 자주 들어가는 어플리케이션은 페이스북, 네이버, 카톡이요. 너무 습관적으로 들어가서 의식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카카오가 네이버 경쟁사인 게 좀 찔려서) 네이버 자주 들어가는 것도 메일이 연동되어 있어서 들어가는 거지, 뉴스를 접하려고 들어가는 느낌은 아니에요.
8. 지금까지 쓰던 어플리케이션 중 가장 마음에 들거나 인상 깊은 어플이 있다면 무엇인지?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불만족스러운 어플리케이션이다. (그럼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라.) 영상 스트리밍 어플리케이션인데, 사용자 입장에서 UX/UI의 중요성을 매우 잘 알게 한다. 로그인 유지가 안 된다거나, 화면 자동 회전이 번거롭거나 하는 방식으로 사소하게 불편을 겪게 만든다. 그런데 이게 너무 사소하다 보니 개선을 건의하는데 드는 노력이 더 크게 느껴져서 아예 건의를 포기하게 만든다. 이 서비스가 개선되길 바라기보다 차라리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도록 결정하는 것이다. 지원 공고를 보면 카카오플백이 어플리케이션 유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경험들을 반영하여 어플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9. 톡 채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이 이전 질문이 플백 톡 채널 있는 거 아냐는 질문이었음. 전혀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라 사용자 입장에선 톡 채널 자체를 잘 안 쓴다고 답변함. 잘 안 쓰는 이유는 스팸 메시지처럼 느껴져서 그냥 들어가서 확인만 하고 나온다고 대답. 저 같은 사람들도 읽을 수 있도록 톡 채널을 잘 굴려보는 게 과제가 되겠죠..?라고 마무리.
10. 마케팅 업무를 맡는다고 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가?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피드를 이용한 광고가 가장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법일 것 같다. (부연설명 덧붙임)
11. 광고비가 아예 없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경우 우리 서비스의 홍보는 어떻게 하겠는가?
직접 플백을 경험한 멤버들의 후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내는 방식을 고려할 것이다. 플백 멤버들이 후기를 적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인센티브를 홈페이지 내에서 제시하는 방식으로. 물론 지금도 모임비 지원 등을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 생각나는 내용은 이 정도다.
12. 대외활동 이력을 보았다. 성과라고는 했지만 절대적인 도달률은 낮은데 이를 성과라고 볼 수 있는가?
절대적인 숫자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활동 기간 중에 올렸던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성과를 보인 것도 맞아서 그렇게 표현했다.
13. (자기소개서 내용 중) '공공기관이 가진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난 신선함'은 무슨 뜻인지?
구독자들이 '공공기관에서 이런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었어?'라는 놀라움을 느끼도록 하는 일이 일차 목적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서툴게 손그림을 그렸다. 친근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14. 그 경험이 지원자에게 성과인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팀 내부 평가 때문에 성과라고 생각하는가?
이전까지 구독자들의 댓글이 달리는 경우는 리뷰 이벤트 정도였는데, 이러한 홍보성 콘텐츠에 자발적으로 반응이 달린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내부 평가가 긍정적이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구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았던 경험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15. 그렇다면 우리 팀의 콘텐츠 방향성과 지원자가 만들고 싶은 방향성에 충돌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건 회사 프로젝트가 아니라 대외활동이어서, 학생들이 하고 싶은 만큼의 자유도를 열어놨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플백에서 일하게 된다면 팀이 가지고 있는 기조나 방향성을 최우선으로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16. 협업 중 자신이 책임지고 맡아야 하는 업무로 인해 다른 사람의 불평불만이 생겼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먼저 그 사람의 불만사항을 들어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느 정도 의견을 반영한 뒤 수정안으로 진행하는 편이다.
17. 이런저런 활동 이력이 많은 것 같다. 번아웃을 경험하지는 않았는지?
작년 상반기에 번아웃을 겪었다. 오히려 그 시기를 겪으면서 스스로 에너지를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18. 카카오 플백에서 만들고 싶은 프로젝트,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가 있는지?
만들고 싶은 프로젝트는 그림 관련. 오프라인 전시회 등으로 대외적인 성과물 내기에도 적절하고, 꾸준히 시도했을 때 차이가 잘 보이는 소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19. 활용 가능한 콘텐츠 툴 뭐뭐 있는지?
포토샵, 인디자인, 프리미어, 애프터 이펙트.
제가 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프로젝트100의 방향성은 커뮤니티 형성에 있는가, 기부에 있는가?
2. 프로젝트 참여율이 0%인 참여자의 후기를 보았다. 10만 원을 한 번에 지불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참여 동기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 같은데, 프로젝트 참여 동기로는 기부가 최선인지 궁금하다.
질문은 크게 직무/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점검하거나 자기소개서에서 나오는 꼬리 질문들이었다. 자기소개서의 꼬리 질문을 잇다 보면 팀워크나 협업에 관한 태도 질문으로 이어지게 되는 결론인 듯. 나는 상대적으로 자기소개서에 대한 질문은 적게 받은 느낌이다.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자세히 보는 편은 아닌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이 면접에서는 특이하게 내가 면접관에게 물어보는 질문도 하나의 절차처럼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마무리로서 물어볼 만한 질문 하나만 준비해서 갔는데, 마음만 먹는다면 거기서 2차 인터뷰를 할 수도 있을 기분이었다.
이번 면접 후 느낀 점이나 구체적인 질답에 대한 리뷰는 내일 다른 글로 적으려고 한다.
+)
면접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냐고 물으시길래,
"잘 배웁니다!"라고 했더니
"회사는 배우는 곳이 아니에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아 그런데...('그래도 기본적인 건 다 알려주실 거 아닌가요'라는 생각을 하다가 굳이 여기서 그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을 고쳐먹고) 그렇죠. 안 가르쳐 주셔도 혼자 열심히 잘 배우고 습득해서 빠르게 실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건 자신 있어요 :)"라고 대답했다!
선생님들 그때는 그런 사람 좋아한다고 좋아하셨잖아요.... 으흑흑....
면접 끝나고 면접 잘 봤다고 해주셨잖아요.... 으흐흑.... 사람 설레게 만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