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사 서비스 운영 어시스턴트 면접 탈락 후기
면접 보고 나서 괜찮은 기분이길래 조금 기대를 했다. 드디어 나도 이 지옥 같은 무기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성과라는 걸 얻어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 10일 내로 연락 준다고 하셔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메일함 정리를 하다가 어제 날짜로 메일이 와있던 걸 발견했다.
결과는 불합격.
당연히 기분은 좋지 않다. 피가 식는 느낌이다. 저번에 지원서 지원도 못해보고 끝났을 때는 차라리 링 위에 올라가고 나서 떨어지면 후회라도 안 남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면접까지 다 끝나고 나서 받는 불합격 통보는 다른 의미로 아쉽다. 나의 최선이 그들의 마음과 맞지 않았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 그러면 더 단단한 벽이 내 앞에 있는 것 같다. 이러나저러나 당연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일이다.
기분이 가라앉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스스로를 도닥였다. 내가 부족한 게 아니라 그쪽에서 필요한 조건과 그저 안 맞았을 뿐이라고. 부족했어도 그건 차차 채우면 된다고. 그래도 면접 보러 간 게 어디야, 지금까지 서류 탈락으로 마무리한 적도 많았잖아.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더 채워야 할지 점검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니 괜찮다.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다-라고 계속 달랬다. 그러지 않으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았다. 버티고 싶었다.
토익 시험을 다시 접수했다. 경험 삼아 공채 시즌에 뛰어들기라도 하려면 접수라도 해야지. 오래도록 신경 쓰지 않아 잔액도 모르는 통장에서 44,500원이 빠져나갔다. 숫자가 늘고 주는 게 무감각했다. 적은 돈이 아닌데, 공기가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기분이 들었다. 내일은 오픽 접수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좀 세워보려고 한다. 한 달간 전열 정비를 해야지. 오히려 차분해지니 해야 할 일들이 이성적으로 잘 생각난다. 요 며칠 설레고 의욕적이었던 나날들이었더랬다. 앞으로 한동안 그런 기분은 못 느낄 것 같아서 아쉽다. 부디 이 터널이 오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