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필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 Sep 01. 2018

#092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091 있었던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