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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C Apr 29. 2020

작업치료사의 어느 하루

이제 겨우 2

너무 무겁다.

냄새도 심하다.

아침마다 환자를 만나러 입원실에 가면 지독한 냄새와 나의 하루를 시작한다.

힘없이 그 커다란 몸으로 그냥 침대에 누워 천장만 보다가 이제 일어나자라는 말에 정말 영혼 없는 '오케이' 대답이다.

하나도 못 가누는 몸을 움직이게 도와주려 가지만 어디선가 불쾌한 냄새가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표정은 보이지 않게... 참는다.


환자가 이불을 저치니 냄새는 더 심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그 큰 몸을 아주 조금 힘들게 옆으로 뉘이니 내가 생각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정작 자신이 그런 일을 했는지 모른다.


자신의 1/2 정도 되는 사람 둘이서 환자를 누운 채 돌리고 옮기고 해서 몸을 다 닦고 새 가운을 입혀 정리를 했다. 환자를 휠체어에 내 무게를 빌어 옮기고 나면 그제야 도움이가 침대커버 바꿀 준비를 한다.


치료 준비를 다 하고 나니 벌써 45 분이 지났다. 나의 치료시간 반이 지난 것이다.

치료방에 오면 결국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환자가 너무 힘들어하기에 쉬고 쉬고 또 쉬고. 그러고는 다시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못하고 어지러워서 못하고. 내 허리반만 한 환자의 다리 하나를 들고 몇 번 움직이고 나면 내 허리가 다 아프다. 환자를 위한 운동인가 나를 위한 운동인가... 몇 번 하는 것도 내가 거의 반은 다 해준다. 자신은 한다고 하지만 내 손에는 그 환자의 근육에 움직임이 안 느껴진다. 그 환자가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는 표정에서도 당연히 보이지만 이 사람의 근육은 도움을 주지 않고 그냥 조용하다.. 좀 도와주지!!

내가 지쳐서 더 못한다.


전체팀은 환자에게 번호를 주며 호전 상태를 얘기한다. 0-7까지. 1에서 시작, 이제 겨우 어떤 일들은  2다. 2는 max assistance- 어느 한 일을 할 때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적어도 75% 를 하고 환자는 많이 해야 25% 를 할 때다. 나머지는 1. total asssistance. 설명이 필요 없다. 환자는 거의 남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태. 이 사람의 점수는 1 아님 2 다. 다행히 팔이 조금 움직여줘서..


솔직히... 이런 사람이 이곳에 꼭 있어야 하는 것일까? 일하는 사람이 모자라서 금방 치우지도 못하는데 답답하다. 뭐 나아지는 거도 없어 보이는데. 왜 여기 있지? 이젠 널싱홈으로 보내야 하는 거 아님?이라는 생각에 불만이 많았다.  


솔직히 환자들을 대할 때 체력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무척 힘들다. 개다가 약간의 결벽이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더 말이다. 그래서 정말 이기적이고 환자를 ‘물건’ 취급하려고 하는 때가 있었다는 고백을 한다. 나아지는 것이 눈에 안보이니 나도 속상하다. 내가 뭐를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뭘 다시 더 해야 하나? 그래서 더욱 저런 어리석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내 일이 좀 쉬워지라고..


한참 지나고 나니 궁금하다. 내가 치료를 시작하러 인사하러 방에 들어갔을 때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 아침을 어떻게 맞았을까. 나에게 영혼 없는 듯 오케이하고 대답했을 때나 이불을 저 쳤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런 질문을 나에게 해 놓고 난 나 자신에게 작업치료사로서 매우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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