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였던 [흑백요리사:요리 계급전쟁] 이 종결되었다. 한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이 이 주제로 대화할 정도로 인기였다. 아직도 비하인드 영상과 더불어 개개인의 유트브 채널로 인터뷰 영상이나 패러디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나도 재밌게 본 프로그램이고 종종 유명한 표현들(익힘의 정도, even한 굽기와 같은)로 장난을 치기도 한다.
내가 응원했던 셰프 중 한 명은 ‘최강록’이었다.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시청하지 않았지만, 워낙 유명해 그의 관련영상은 보아 알고 있었다. 순박하지만 요리를 향한 진정성이 더욱 눈길을 잡았던 것 같다. 그런 그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드라마 서사와 같다고 생각했다. '최강록'은 실력을 겸비한 인기 셰프로 자리 잡았고, 이번에 백수저 계급으로 등장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내 바람과는 다르게 오랫동안 응원할 수 없었다. ‘최강록’뿐만 아니라 많은 백수저 계급이 초반에 탈락했다. 물론 그만큼 흑수저 계급 또한 초반에 탈락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에는 승자와 패자만 존재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탈락했다고 해도 그가 대단한 셰프 임에는 변함이 없고, 그가 요리에 진심인 것도 변함이 없다. 이는 모든 출연자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인인 우리도 사회생활을 하며 이런 경쟁을 끝없이 한다. TV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을 뿐이지 매번 도전하고 있다. 공모전을 준비하거나 회사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혹은 자격증을 위한 시험을 보는 것 또한 그렇다.
최근 회사 인터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나에게 친구가 이야기해 준 진심 어린 위로가 마음 깊이 자리 잡았다.
“너는 너 자체로 굉장히 대단한 사람이야.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만들어내지. 잘하는 부분을 강조하고 부족한 부분은 노력해서 발전시키면 돼. 하지만 운도 중요해. 아직 너의 타이밍이 오지 않았을 뿐이야. 곧 다가올 타이밍을 준비하자.”
그리고 이러한 ‘탈락’을 통해서도, 지원의 경험을 통해서도 분명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 도전은 항상 어렵고 실패는 뼈아프지만 그만큼 배우는 부분이 있다면 그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지나간 일에 ‘만약에’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흑백요리사의 우승자나 후반 라운드까지 도전할 수 있었던 셰프들도 팀이나 심사단, 미션이 달랐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다른 도전들과 마찬가지로 이 프로그램의 우승자도 단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탈락해서 가져간 것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초반에 기회를 잃게 된 사람들 역시 분명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들의 타이밍이 아니었지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가까운 시일이든 아니든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도전의 실패가 우리 인생의 실패는 아님을, 나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음을 기억하며, 노력하다 보면 그 타이밍에 맞는 기회를 가져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사진: Unsplash의Kunj Pare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