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는 분명 춤이고 예술 분야이지만 나는 운동으로서 발레를 접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운동은 좋아하지 않았고, 당연하게 몸은 약했다. 회사에 다니면 꼭 근처로 이사를 했는데 하루의 업무를 위해 출근 시간에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농담으로 내 에너지는 딱 회사 업무를 위한 만큼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 번은 경사가 낮은 오르막길에서도 헉헉 거리는 나를 보며 동료들이 너무 걱정하곤 했다. 근속연수가 길어지면서 허리와 목 또한 아파오자 안 되겠다 싶어 어떤 운동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영은 물에 들어가기 싫고, 달리기는 날씨를 많이타서 싫고, 자전거는 원래 안 좋아하고 하면서 하나씩 찾다 못해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다 무심코 발레 클래스를 보고 신청했는데 첫 수업에 깨닫게 되었다.
1. 나는 너무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구나. (기초 수업이었기 때문에 바를 잡고 선 자세로 다리만 움직이는 동작이 많았다.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너무 많으면 빨리 지치기도 했다.)
2.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서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놓는데, 발레음악과 함께하니 더 신이 나고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는 박자에 맞춰 동작하는 것에 집중을 할 수 있구나.
3. 발레의 기본자세로 서 있는 것조차 너무 어려웠는데,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내 허리와 목의 통증을 완화해 주는 데 도움이 되는구나.
4. 그리고 무엇보다 발레의 움직임은 예쁘니까 좋았다. 하하. 난 예쁜 것을 좋아하는구나!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과정은 이렇게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만 발레가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이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사람들은 ‘유연하신가 봐요?’, ‘얼마나 잘하세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는 유연함과는 거리가 멀어 ‘이제 시작했어요. 유연하진 않아요.’라고 얼른 덧붙인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씁쓸함이 조금 묻어나오기도 한다. 발레 수업을 듣는다고 했을 때 ‘즐겁나요?’, ‘어떻게 관심을 두게 되었나요?’와 같은 질문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는 발레와 같은 취미뿐만이 아닌데, 성과나 결과를 조금 더 중시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일반적인 질문의 패턴이 아닐까 싶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하는 공부에 대한 질문들도 마찬가지이다. 몇 점인지, 몇 등인지 이러한 숫자와 관련된 질문들을 한다. 국어를 좋아하면 '어디서 국어의 매력을 느꼈는지', '국어가 다른 과목과는 무엇이 다른지', '국어에서도 좋아하는 분야가 어디인지' 이러한 질문들을 받는다면 분명 ‘나’를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질문에 대해 답변을 고민하다 보면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는 데 생각하는 힘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지금까지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몰라 스스로에게 질문해 가며 계속해서 발견해 나가려 노력 중이다.
발레처럼 하나하나 찾아가는 순간들이 많아지면 분명 더욱 인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