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줘
엄마는 매일 아침 나를 보고 묻는다.
“누구야?”
기억의 끝을 붙잡으려는 듯
잠시 멈춰 서는 그 시간.
그 짧은 침묵이
내 안에서는 오래 남는다.
그래도 나는 말하지 않는다.
그 질문은 매일 같았지만, 나는 매번 처음처럼 아팠다.
엄마가
나를 기억해주기를 바라서.
그 잠시의 침묵을
나는 조마조마하게 기다린다.
숨을 삼킨 채
그 한마디를 기다린다.
“아, 막내 윤영이구나.”
그 말을 듣는 순간에야
나는 겨우 숨을 내쉰다.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살았던 집인데
엄마는 처음 와본 사람처럼 둘러본다.
“이 집에 넌 처음이지?”
나는 잠시 말을 고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침마다
엄마를 붙잡고 울던 아이가 있었다.
뒤에서 울며 달려오던
그 꼬맹이.
그 아이가
나였다.
“너 기억나?
아침마다 엄마 쫓아오면서 울던 거…
두고 일하러 가는데…”
엄마의 말은
어디쯤에서 멈췄고
그 뒤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시간이었다.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너, 입양 갔다가 다시 온 거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니야, 엄마.
나 입양 간 적 없어.”
잠시 멈췄다가
조용히 덧붙인다.
“엄마가
나 잘 키워줬잖아…”
엄마는
그 말을 믿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의 병은
가장 아픈 순간의 기억이
가장 오래 남는 병이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엄마에게는
어린 나만 남아 있었고
지금의 나는
잠시의 시간이 지나야
겨우 떠오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엄마의 딸인 나는
지금 어디에 남아 있는 걸까.
엄마에게 남은 나는
아마도
가장 아프던 순간의 나였을 것이다.
이렇게 자라서
나이를 먹고
흰머리가 생긴 지금의 나는
엄마의 기억 속에
좀처럼 닿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나를
천천히 건넨다.
엄마를
그 아픈 순간에서
꺼내오기 위해서.
지금의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
엄마가 나를 이렇게 잘 키워주었다는 것
그 사실을
조용히 건네듯 말해본다.
그 어린 나도
언젠가는
기억에서 사라지겠지.
엄마의 기억에서
나는
끝내 지워지겠지.
그날이 오면
나는
나를 놓친 채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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