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나 떨고 있냐

암흑속에서

늦은 시간 귀가해 부랴부랴 된장찌개 끓여 밥을 먹고 있는데 별안간 전기가 탁 끊겼다.


순식간에 집은 고요하고 싸늘해졌다.

차단기를 내렸다 올렸다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남편은 헤드랜턴을 켜고 마당으로 나갔다. 계량기도 작동이 멈춰있었다.


이미 9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멘붕이 와 일단 주인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한전에 전화를 해보라고 하신다. 전화를 끊고 검색을 해봤다. 그제야 알았다. 국번 없이 123 한전 고객센터는 상담원과 24시간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34년 만에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다.

한전에 내용을 접수하고 조금 기다리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한전 전주 지점 직원이었다. 몇 가지를 물어보시고는 지금 전주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 얼떨떨하고 신기했다.


그 사이 우리는 휴대폰 손전등과 촛불과 노트북 화면을 빛 삼아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꺼진 와인셀러에서 쇼비뇽블랑을 꺼냈다. 낮에 오일장에서 산 한우사시미가 오늘의 페어링.


어둠이 짙어져 집안 공기는 점점 차지고 우리의 피곤함도 깊어만 가는데 뭔가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이 느낌. 심지어 남편이 "우리가 예전에도 이렇게 전기가 나간 적이 있었나?" 묻는다. 아니, 없었다. 그런데 뭘까. 너무 자연스러워..!!



열 시가 다 되어갈 즈음 한전 직원 두 명이 우리 집 앞에 도착했다. 가로등도 없는 우리 집 앞 전봇대에 높은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거침없이 일이 해결되는 걸 후후 입김을 불며 올려다봤다. 오늘따라 별은 또 왜 이리 많은지. 전기가 나가니 안 그래도 깜깜한 사방이 더 칠흑처럼 짙었고 별은 눈치도 없이 예쁘게 반짝였다.

곧 다시 집안이 환해지고 따뜻해졌다.

그렇게 야밤의 몇 시간 소동은 끝이 났다.


몇 주 전엔 별안간 물이 나오지 않더니 오늘은 오들오들 떨며 잘 뻔했다. 지난해 12월 30일엔 기름이 끊겨 얼음장 같은 물을 주전자로 끓여 씻기도 했다.

이 집에서 살게 된 지 1년 5개월째. 시골집에서의 에피소드는 정말 너무 많다. 심지어 이런 상황들이 이젠 적응이 되어버리고 있다.

지난해 첫겨울을 혹독한 경험으로 보냈기에 단단히 마음의 준비하고 맞이하는 두 번째 겨울이건만. 나 떨고 있냐.

미운정 고운정 있는 대로 찐하게 들고 있는 시골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