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 중 하루가 사라졌어요

브루클린 갈 줄 알았는데 인천으로 왔다

by 김겨울


2016년, 그러니까 우리 부부가 알콩달콩

달달했을 시절이야기다.


우리는 뉴욕에서 일주일간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출발부터 하루하루 일정이 너무나도 평화롭고

행복했다.

예전에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노을을 보던 기억이

너무 좋아서 마지막 날에는 종일 브루클린에서

놀아보자 했다.


휴가 마지막 전날 밤에는 만난 지 2년 되는 날이라는

기념으로 케이크 토퍼를 준비해 작은 파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마지막 날이니 알차게 보내보자며

브루클린 일정을 의논 한 뒤 씻으러 욕실에 들어갔다.


잠시 후 신랑의 다급한 목소리,

“자기야 오늘이 7월 8일이니까 한국은 7월 9일 아냐?

그럼 오늘이 집에 가는 날인데”라고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


(그땐 일기에 ‘신랑’이라고 적었다. 지금은 ‘남편’)


나는 그때까지도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뭔 소리야, 장난을 정도껏 쳐야지 내가 바본 줄 아나”

휴가 내내 날짜 개념을 아예 잊고 온전히 신랑이

정해둔 일정에 의지한 채 여행을 즐겼던 것이다.


(뉴욕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나는 워낙 즉흥적이라

신랑이 가고 싶은 데 가자는 의미가 있었다.

내가 아무리 즉흥적이라 한 들 직장인이었기에

이런 날짜는 챙기는데…)


내가 믿지 않으니 이 티켓과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너무 놀라 욕실을 뛰쳐나왔다.


바로 출발하면 공항에 늦지 않게 도착하겠지만

갑자기 하루가 뻥!! 날아갔으니 너무 어이가 없고

나에게도 너에게도 화가 나서 미치겠지만 일단

그럴 시간이 없었다.

우리는 풀어헤쳐놓는 짐을 캐리어에 쑤셔 박고

우버를 불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공항에 늦지 않게 도착했고 인천공항까지 무사히 돌아왔다.


여행을 다녀왔는데도 찜찜한 이런 기분은

신랑 역시 마찬가지였을 거다.


집에 와서 지금까지도 이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평화를 위해...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이를 낳은 뒤

아이 돌 무렵 나는 혼자 뉴욕 여행을 다녀왔다.


시차가 얼마나 되든 시차적응 같은 거 모르고 살았는데 애 낳고 가니 시차적응 하느라 반나절 날려먹고 돌아와서는 더 힘들었다.

비 쫄딱 맞고 호스트 기다리며 햄버거 먹던 나
오전 7:30 타임스퀘어

그때 그 시절은 베슬(Vessel)이 상부층까지 완전히 개방되어 있던 시기였다.


아무튼 또 가고 싶다. 너무너무너무. 내 꿈은 세계여행.


몇 년 뒤, 아이가 좀 커서 공룡에 빠졌을 때

나는 ‘아! 이거다!!‘ 외쳤다.

아이에게 자연사 박물관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영화를 보고 깔깔대기 시작할 때 ‘박물관이 살아있다’, ‘나 홀로 집에 1,2’를 보여주었다.

고맙게도 그 영화들을 너무 재밌게 봐주었고

그래서 4년 조금 넘게 산 우리 아이가 제일 먼저

알게 된 다른 나라 어느 도시는 뉴욕이었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일상에서도 나타났다. ㅋㅋㅋ


공룡화석은 다른 박물관에도 많지만 알려주지 않았다. 지금은 책을 통해 세상에 눈을 떠가는 중이지만 우리는 꼭 뉴욕으로 여행 갈거라 믿고 있다.

나의 오랜 공들인 계획이 꼭 성공하길 모두 손 모아 빌어주시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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