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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 Feb 11. 2023

28개월+1일

아이에게 심쿵하는 순간들

요즘 들어 부쩍 생각도 표현도 많아진 송이다.


어린이집 하원을 한시간 늦췄는데, 그래선지

집에 오면 한참을 나와 몸을 부대끼며 논다.

(시어머니 표현으론 엄마를 짓이긴다고^^;)

자식이라도 자꾸 밀고 누르고 하면 짜증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어떻게 아는지 그럴때마다 "엄마 사랑해" 하고 안겨서 마음을 녹인다.


얼마전 주말엔 일한다고 아이를 아빠에게 맡기고 혼자 외출했다 왔는데, 아이가 내 패딩 지퍼를 내려주는 거다. 엄마 옷 벗는 거 도와주는 건가? 기특했는데, 말없이 지퍼를 다 내리곤 옷 속으로 쏙 안기는 거 아닌가! 차갑고 딱딱한 외투 위로 안기는 싫었나보다. ㅎㅎ 어쨌든 심쿵, 했다.​


귀걸이 했던 자리를 보고 상처인 줄 알고,

"내가 여기 밴드 붙여줄까?" 했을 때도 심쿵.


물론 기분좋은 심쿵만 있는건 아니다...


좁은 쇼파 팔걸이에 올라서 있는 걸 봤을 때 ㅡ 떨어지면 바로 가습기 위다


검정색 크레용을 들고 벽지 앞에 서 있을 때 ㅡ 워셔블이지만 검정색은 잘 안 지워진다


팩 음료수를 케이스에서 혼자 빼서 들고 있을 때 ㅡ 아직도 팩 음료로 분수쇼를 한다


심쿵 심쿵 심쿵쿵.


그저 평온한 날들이 최곤 거 같다.


요즘 제일 많이 하는 말은,

"나  OO 엄청 좋아하는데."

트럭도 엄청 좋고 할머니도 엄청 좋고

생선가시도 엄청 좋단다;


"네요!"도 많이 한다.

"요"가 붙으면 존대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네"에는 안 붙여도 돼 송이야 ㅎㅎ


뒤늦게 "이게 뭐야"가 터졌는데​

"이건 티라미수야" 했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티라노사우루스?" 했을 때 너무 귀여웠고.​


하원길 과일가게에 가려고 지하철역을 가로질러 갔는데, 역으로 들어가자 "엄마, 하늘이 없어졌어!" 하는 걸 듣고 왠지 감동스러웠다.​


두돌까지 단어만, 그것도 열개 남짓만 말할 수 있었던 아이여서, 둘이 종알종알 대화할 수 있는 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고대했었는데, 반년도 안 지나 그 꿈을 이뤘다.


하루하루 꿈을 이뤄가는 날들, 꿈같은 날들입니다.

아이와 나눈 말들을 가끔 기록하려 해요.

가끔 들여다주신 분들, 새로 찾아와주신 분들,

반갑고 고맙습니다.


하원길에 배 하나, 빵 두 개 산 걸 다 자기가 들겠다고. 장 보고 집에 가는 어머니 같은 뒷모습^^


매거진의 이전글 곱슬머리가 닮았네. 그거 하나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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