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않는 호출음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by 엘리킴


빛이 꺼진 뒤에야
불빛은 생각난다.
불리지 않으면
나는 내 자리에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된다.


수신 대기 중인 마음은
늘 어떤 신호음을 기다리고
그 기다림은
내가 나로 존재하고 있다는
희미한 증거가 된다.


오늘도 익숙한 거리,
창문 밖의 사람들,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풍경.
세상은 분명히 분주한데
나는 호출되지 않는다.


내게 다가오는 말들은
모두 우회한다.
정확히 향하지 않고,
닿지 않고,
돌아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가끔 목소리를 꺼내 본다.
누군가 듣지 않아도,
마치 누군가 나를 부르는 척이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아서.


정지된 공간 안에서
나는 움직이고 있고
움직이는 이 풍경 안에서
나는 멈춰 있다.


말은 닿아야 말이고
이름은 불러야 이름이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입에
한 번쯤 올라보길 기다린다.
그 입술이 내 쪽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그저 그 자리에,
침묵의 호출음만 반복하며

나를 켜두고 있는 중이다.










from. 콜택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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