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음의 신호 (Signals in Sound)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소리에 끌렸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그리고 새들이 하늘에서 지저귀는 소리. 그 소리들이 내게는 늘 특별했다. 아마도 동생 혜진이와 함께 듣던 그 마지막 날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평범한 소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제 나는 소리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지도 모를 새로운 소리를 발견했다. 처음엔 그저 평범한 새의 지저귐 같았지만, 뭔가 다른 게 있었다. 패턴이 있었다. 규칙적인, 의도된 무언가가 그 소리에 담겨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 소리가 단순한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어떤 메시지라고 확신했다.
“엄마, 나 학교 가야 해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준이가 문을 열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 이제 곧 중학생이 된다.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안해, 준아. 내가 깜빡했네.”
가방을 바로 잡아주며 “오늘도 잘 다녀와,“라고 말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그 소리에 머물러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과 과학자로서의 삶,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것은 늘 나를 두 갈래로 찢어 놓았다. 하지만 나는 선택할 수 없었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내 인생의 큰 부분들이 다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선택하지 않았지만, 그 길을 걷고 있는 삶.
준이가 떠나고 나서야 나는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녹음된 소리를 재생했다. 나는 다시 한 번, 그 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왜 이 새들은 이런 소리를 내는 걸까? 그리고 왜 나는 이 소리를 이렇게 신경 쓰는 걸까?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 음파 그래프는 점점 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나를 그 속으로 끌어당겼다.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화면에 전 남편의 이름이 떴다. 서정우. 그의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복잡해졌다.
“뭐야?” 내가 먼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오늘 저녁 준이 데려갈게. 시간 잊지 마.”
나는 숨을 고르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알았어. 근데 늦으면 다시는 이렇게 못 데려가.”
그는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천천히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짧고 메마르다. 마치 우리가 할 말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다시 소리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내 삶이었다.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나를 이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내 연구, 내 아이, 그리고 내 동생 혜진… 그녀의 죽음 이후로 나는 소리를 통해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나는 다시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며 확신했다. 이 소리에는 무언가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비밀을 풀어야 한다. 마치 내 삶의 퍼즐 조각들이 이 소리를 통해 맞춰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