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부서진 가정 (Shattered Family)
나는 내 연구에 몰두할 때만이 비로소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새벽마다 들려오는 그 새의 소리처럼, 혜진의 마지막 기억은 나를 따라다녔다. 그 소리가 내게 더 가까워질수록, 나는 그때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다시 마주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과거의 무게는 여전히 우리 가족을 짓누르고 있었다.
혜진이 실종되고 난 후, 우리 가족은 끝없이 무너져 내렸다. 부모님은 그 사건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서로의 탓을 하며 싸우는 일상이 반복되었고, 그들의 결혼 생활도 결국 파국을 맞았다. 나는 그들의 갈등 속에서 늘 중재자가 되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내 삶은 점점 더 파편처럼 흩어졌다.
아버지는 혜진의 실종이 어머니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어머니가 우리를 더 주의 깊게 보살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가족보다는 일에 더 몰두했기 때문에 혜진의 실종을 막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낀 나는 두 사람 모두에게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 역시 혜진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집안의 균열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졌다. 나는 그들이 서로를 탓하는 소리를 들으며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 순간, 소리의 세계는 나에게 피난처가 되었다. 나는 혜진을 잃은 그날 이후로 점점 더 소리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 소리 속에서만이 나의 고통과 혼란을 잊을 수 있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연구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혜란아, 어제 준이 봤니?”
“네, 엄마. 정우가 데리고 갔어요.”
“그래, 잘 됐네. 정우는 어때?”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우는 내게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었다. 우리 결혼 생활이 끝나버린 것도, 어쩌면 혜진의 실종으로 인한 가족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머니와 잠시 대화를 나누다 전화를 끊고, 책상 위에 펼쳐진 연구 자료를 바라보았다. 패턴 속에 숨겨진 비밀을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내 마음속의 패턴은 풀리지 않는 것일까?
가족이 부서지면 그 조각들은 다시 맞추기 어려웠다. 그 조각들이 날카롭게 흩어진 상태로 남아 나를 찌를 때마다, 나는 그저 소리의 세계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싶었다. 소리의 패턴은 명확했다.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을 따라가면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인생에는 그런 규칙이 없었다.
나는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새의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마치 나를 어디론가 이끌고 있었다. 지금은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것 같았지만, 어딘가 그 끝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그 답이 무엇일지, 아직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패턴을 다시 보았다. 그 패턴은 내 삶의 복잡한 얽힘처럼 보였다. 규칙적인 듯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혼돈이 있었다. 나의 부서진 가정처럼, 그 안에 숨겨진 답을 찾기 위해 나는 더 깊이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