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안 돼도 공예작가는 계속하고 싶어 01.

플리마켓 셀러가 되고 싶어? 낯가림과 사진부터 어떻게 해 보시지!

by Lunarglasskr

플리마켓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전직 까마귀로써 어찌 그 존재를 몰랐겠는가. 소비자일 때의 나는 그야말로 플리마켓을 제 집처럼 날아다니는 프로 소비러였다. 이전 직업의 특성상- 무려 전직 파티셰, 전직 바리스타이다. 공예와는 전혀 관련 없는 직업! - 홍대를 자주 다녔고 시간이 지나자 인천 어드메보다 홍대 어드메의 지리를 더 잘 아는 까마귀가 되어 있었다. 연남동에서는 약 1년간 살기도 했다. 그러니 이미 플리마켓은 숱하게 다녔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입장이었지, 판매자가 되는 법은 전혀 몰랐다. '판매자'의 입장으로 플리마켓에 가겠다 마음먹고 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주위에 레진 공예하는 지인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뭐? 네가 낯을 가린다고? 웃기지 마!

나 낯을 가려. - 지인들에게 수줍게 고민하면 돌아오는 지인들의 답이다. 나는 그린듯한 외향형 인간이고 처음 본 사람에게도 굉장히 말을 잘 걸고 대화도 아주 잘한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낯가림이 있다. 어색한 공기를 견지지 못하고 TMI를 발사하며 어떻게든 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 그게 나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낯가림은 왜 이리 심해지는지. 이전처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친근하게 대하기엔 상처 받은 일이 많았다. 그런 일이 많아질수록 나는 마음의 문을 닫았다. 20대 중반을 넘으니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러니 20대 후반의 나에게는 새로운 지인이 생기기 어려웠는데 레진 공예를 시작할 무렵에도 그랬다. 새로운 모임에 나가거나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뭔가 부탁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러니, 모든 걸 혼자 해야 했다.


일단 초록창에 플리마켓을 검색했다.


그러면 화면엔 몇 가지 영양가 없는 정보들만 뜬다. 그럼 다시 키워드를 바꿔본다. 그렇게 하루 종일 이렇게 저렇게 검색하여 플리마켓 전문 카페를 찾아 가입했다. 막 가입하면 볼 수 있는 내용이 한정되어 있었다. 카페 활동을 살짝 하고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신청서를 쓰고 나서야 정보 전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예 정보를 보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읽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갈만한 플리마켓을 검색하고 한 군데를 정했다. 나름 이유는 있었다. 그때 나에게는 정말 십 수개의 비녀가 있었으므로 잘 어울리는 인사동 근처 안국역, 외국인들이 자주 지나 다닌다는 갤러리 옆의 플리마켓이었다.


플리마켓 참가하신다고요? 포트폴리오 있으세요?


주최자의 문자에 나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단 말인가? 포트폴리오의 '폴'자도 인생에 없었던 지라 멍하게 그 문자를 보다가 되 물었다. '포폴이요?' - 그제야 주최자가 말을 풀어서 해줬다.


[거창한 거 아니에요. 여기 와서 파실 물건 대표적으로 몇 개 사진 찍어서 보내주세요.]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일단 다음 기회로 기회를 넘겼다. 도저히, 사진에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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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부랴 대문 앞에서 찍었던 사진들. 이젠 똑같이 만들라고 해도 못 만든다.


그제야 사람들이 어떻게 사진을 찍는지 검색했다. 커다란 문구점에서 대리석 모양 키친 매트 같은 걸 사서 깔고 폰으로 어떻게든 찍어보았다. 당연히 사진이 끔찍했다. 그쯤 돼서야 거의 울면서 친구들에게 사진을 돌려 보여줬다. 하나같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말을 아끼는 모양새였다.


아니 도대체 뭘로 찍으면 이렇게 나오는 거야? 사진은 카메라로 찍어야지!


알고 지낸 지 3년쯤 된, 사진이 취미인 친구가 힌트를 줬다. 그때 나는 무려 갤럭시 노트 3을 쓰고 있었다(!) 무슨 카메라를 사야 하는데? - 반문하는 나의 카톡에 잠시 말이 없던 친구는 카메라에 얼마쯤 투자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가진 현금을 떠올렸다. 30만 원 정도라고 답하니 친구가 말했다.


[그럼, 나랑 강변 가자. 내가 골라줄게.]


지금 다시 생각해도, 나는 운이 그렇게 타고난 사람은 아니지만 인복만큼은 기가 막힌 사람이었다. 어떤 색감이 좋냐는 질문에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문외한인 친구를 빠르게 포기하고, 친구는 30만 원이라는 푼돈으로 카메라 파는 실장님(?)을 탈탈 털어 그럴듯한 미러리스를 맞춰줬다. 그리고는 많이 찍어봐야 한다며 그날 하루 종일 사진을 찍게 했다. 강변까지 이미 2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나는, 정말 그날 하루 온종일 체력을 탈탈 털 어쓰고는 집에 거의 기어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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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 공예로만 만들면 심심하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던 - 사실 좋아해서 만들었던 - 체코 글라스로 만든 비녀들.


아무리 특훈을 받았다고 해도, 사진 실력이라는 게 하루 만에 느는 게 아니다. 일단 보이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그마저도 카메라의 오토기능으로 찍으니 마음대로 초점 잡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카메라 구입을 도와준 친구에게 또 부탁하기엔 염치가 없었다.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하자 호기롭게 어떻게 찍는지 가르쳐 주겠다 했다. - 카메라를 들고 친구를 찾아갔다. 얼마간 설명해도 내가 못 알아듣는 눈치이자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냥 나중에 포토샵으로 보정하세요. 그게 최고예요."

"포토샵 할 줄 모르는데... 어, 혹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줄 수 있어?"

"그건 유튜브에 치면 잔뜩 나와요."


포토샵의 ㅍ자도 몰라서 무슨 이야기를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꽤 절망적인 대답이었다. 실제로 유튜브 강의를 열심히 돌려보았지만 결론적으로는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고 절망했다. 결국 보정의 '보'자도 건드리지 못한 사진들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우리 작가님들이랑 겹치는 부분은 없네요!
이쪽 계좌로 부스비를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부스비를 입금했다. 그리고 그 주 토요일, 나의 첫 번째 플리마켓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