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원으로 치앙마이 2주 살기
복직이 한 달 남았다.
눈을 뜰 때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끝나는 거다. 아침 7시에 출발해서 저녁 7시에 돌아오는 삶이 시작되는 거다. 1호선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출퇴근을 할 생각을 하니 생각만 해도 답답했다. 복직 전 최대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했다.
그 ‘한 방’이 무엇일까 고민이 시작됐다.
복직을 하게 되면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쓰자. 시간을 어떻게 쓸까? 고민 끝에 답을 찾았다. 그건 ‘해외여행’이었다.
남편에게 물었다.
“혹시 가족들이랑 2주 정도 여행 갈 수 있어?”
”지금 있는 사람도 내보내는 판에, 여행 간다고 하면 옳다쿠나 하고 나부터 먼저 내보내겠다. 그리고 까꿍이(강아지)는 어떡해? “
“아…”
그렇다. 남편은 육아휴직도 승인받지 못해 재택근무를 하는 외국계 회사 직원이었다. 아빠 없이 어떻게 가지? 그리고 까꿍이는? 17개월 둘째는?
해외여행을 가자니 눈앞이 깜깜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여기저기 여행 다니는 게 나의 일상이었는데, 이제 그런 일상조차 버거워져 버린 것이다. 내 어깨는 무거워져 있었다. 딸 둘과 강아지까지, 책임져야 할 생명들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 포기해?
남편 없이 애 둘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화장실 갈 땐 어떻게 해? 밥이나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안 되겠다. 포기하자.
해외여행을 포기하기로 하고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렸다.
2주 동안 머물 곳을 찾으려니 고민이 깊어진다. 어디로 가지? 숙소비는 왜 이리 비싼 거지? 자꾸 내 눈은 아고다(agoda)를 향하고 있다. 안 되겠다. 해외로 가야겠다. 가성비 측면에서 해외가 더 싸다.
국내는 안되겠다. 가야겠다 해외여행을.
“미쳤어?”
“절대 안 돼”
“그러다가 큰일 나면 어떻게 하려고?”
내가 아빠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2살, 1살)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하자 주변에선 모두들 나를 ‘뜯어’ 말렸다. 뜯어말린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적당히 말린 게 아니라 ‘절대’ 안된다는 사람도 많았으니까.
애 하나도 힘들다고 했다. 애 둘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외국인도 애 둘을 데리고 혼자 온 사람은 보기 힘들다고 했다.
모두들 나에게 하나같이 ’NO’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본능이 나에게 속삭인다. ‘힘들겠지만 이번에 안 가면 후회할 거야’ 주변에서 모두 말렸지만 결국 나는 떠나기로 했다.
다음이 문제였다.
해외여행을 가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어디로 가면 좋을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비행기 타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싶었다. 결국 3개의 국가로 간추려졌다. 일본, 중국, 대만. 다행히 3개의 국가 모두 여행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 세 개의 국가는 가고 싶지가 않다.
이왕이면 멀리, 좀 더 멀리 가고 싶다. 베트남이나 태국 같은, 적당히 멀고, 적당히 해외 느낌 나는 그런 나라로.
태국, 베트남 끝까지 고민하다 작년 베트남 여행 시 매연 때문에 콜록콜록했던 기억이 있어 태국으로 결정했다.
그래, 나는 애들과 태국으로 간다.
마음은 먹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저렴했던 치앙마이 왕복표를 날리고, 아이가 아파 방콕 치앙마이 표를 또 날리고, Y 언니가 조언해 줘서 마일리지 표를 알아봤는데, 오잉? 마일리지가 이렇게나 많았네
아이들 이름으로 부랴부랴 스카이패스를 가입하고 가족 등록까지 완료했다. 30만 원으로 티켓 구입까지 완료. 이제 떠나면 된다.
내가 굳이 꾸역꾸역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이유는, 복직 후 힘들 때마다 이 순간을 떠올리고 싶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아이들, 설레는 눈빛
길가의 떠돌이 개들을 보고 오! 오! 하며 놀랄 목소리
친절한 태국 사람들과 웃고 인사하며 시작하는 하루
태국 특유의 아로마 향기
그 향을 맡을 아이들
이미 모든 순간이 내 마음속에 있다
이제 이 행복을 눈으로 확인하러 간다
아이들은 기억 못 할 순간들을 위해 떠난다
아이들은 울고 떼를 쓸 것이며, 나는 땀을 흘리며 아이들을 달랠 것이다. 배탈이 날 수도 있고 애들이 아플 수도 있다
그저 하나 확실한 것은,
아이들은 신나게 주변을 둘러볼 것이고
나는 아이들의 시야로 다시 태국을 들여다볼 것이라는 거다
아이들은 아파할지언정 신나게 여행을 즐길 것이고,
나 또한 아이들에 맞춰 스케줄을 조정하며 고됨 속에서의 자유를 만끽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래, 떠나자
다녀온 뒤에 더 잘 살자
그 기억으로 한동안 지내자
그거면 됐다,
여행을 가야 할 충분한 명분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