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번식은 본능이라는데, 딱히 번식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결혼은 싫지만 아기는 갖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와는 해당사항 전혀 없는 이야기다.
아기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건 남편에 대한 사랑의 확장판이었다. 남편이 너무 좋아서, 남편과 나 사이의 아기가 있으면 우리가 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도타워질 것 같아서, 남편을 닮은 아기가 있으면 너무 예쁠 것 같아서 아기를 갖기로 결심한 것이다.
남편도 딱히 대를 잇는다든가 자식을 통해 뭘 이루고 싶다든가 하는 사람은 아니어서 나와 비슷한 이유로 아기에 동의했다.
그러다 보니 아기 자체를 너무 원했다기보다는 확장판 우리 가족을 원한 것이어서, 아기에 대한 엄청난 감정 자체가 처음부터 적었다.
너무너무 어렵게 아기를 천신만고 끝에 가졌다면 내 마음가짐이 좀 달랐을까? 결혼 7년 만에 어렵게 가진 아기가 너무 소중해서 백일까지 밤새 안고 재웠다던 하희라 씨 같은 애절함이 내게는 없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런 애절함일 수는 없다.
엄청난 모성을 발휘해 본 적은 없지만 임신 기간에 나름 좋은 것 챙겨 먹고, 아기용품 필요한 것 다 구비해놓고, 온습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잠시 밖에 나온 틈에도 아기 동화책 무엇이 좋은지 검색하는, 이 정도의 '관리자' 엄마가 현재 나의 캐파로는 한계다.
대단한 사랑을 주려다가 내가 죽겠어서, 그냥 엄마 없는 아기보단 내가 있는 게 너를 한 번이라도 더 안아줄 수 있고 기저귀 한 번이라도 더 갈아줄 수 있으니 좋겠지, 정도의 마음으로 산다. 이런 엄마도 어쩌다 엄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