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Jan 04. 2017

비상조치가 비상상황을 만드는 회사

누군가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업이 위기면 으레 비상 조치가 내려집니다. 임직원들의 출근 시간이 당겨지는 것을 필두로 보통 기업에서는 비용을 통제하고 때로는 임금의 자타의에 의한 삭감, 희망퇴직과 분사와 조직 매각 등의 강도 높은 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적자가 심화되고 현금 유동성이 어려운 상황이면 비상 조치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방만한 기업 구조를 그대로 둘 수는 없죠.


하지만 비상 조치가 기업의 상황을 더 악화 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상 조치까지 할 정도로 평소 기업의 경영 철학은 빈곤한 상태에서 내려지는 비상 조치는 역시 빈곤한 생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상 조치가 비상 상황을 더 만드는 격입니다. 제대로 하면 분명 기업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섣부르게 접근하면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드는 비상 조치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1. 위기 이후의 기회를 상실하는 중단

유동성 위기의 경우 일시적으로 전면적인 비용 통제나 상품 발주 통제 등의 조치가 취해집니다. 상황이 일촉즉발이면 어쩔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지 따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멈추게 만들면 후유증이 더 큽니다. 고속도로에서 급 브레이크를 밟는 격입니다. 그 다음이 더 힘듭니다. 기본적으로 팔리고 있는 캐시카우를 손을 대고 발주와 비용을 통제한다면 당장의 유동성을 위해 위기를 벗어날 자산을 잃게 됩니다.



2. 정상적 평가를 훼손하는 중앙 통제 인사

위기의 양태적 특징 중 하나는 중앙 리더십의 강화입니다. 오너가 다시 전면에 나서거나 비상 기구가 전체적인 의사결정을 합니다. 과거에는 구조조정본부 등이 그 역할을 했습니다. 이같은 강력한 조직은 때로는 중앙 방식으로 인사를 집행합니다. 세세한 사업을 모르는 상태에서 실적과 관계 없이 이번 기회에 특정 라인을 넣는다든지 평판에 의해 사람을 꽂습니다. 경영 일선에서는 힘 빠지는 일입니다. 이후에는 아무도 성과 목표 합의를 진정성 있게 하지 않습니다.



3. 우수한 직원들이 활동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축소

비용을 줄이되 핵심적인 연구개발 비용은 최후의 보루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전면적인 통제 앞에 회사의 차기 먹거리와 관련된 핵심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프로젝트마저 통제 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재무 출신의 경영진이 범할 수 있는 실수입니다. 경쟁자가 좋아할 일입니다.



4. 약속과 공감 없는 복리후생 삭감으로 인한 동기부여 감소

비용 통제의 가장 안 좋은 효과는 내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특히 피고용인 입장에서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복리후생 등의 유무형의 보상은 반드시 사전 설명과 공감을 토대로 조정 되어야 합니다. 큰 비용에 비해서는 이것이 작은 금액이라도 직원 입장에서는 피부에 닿는 금액이므로 함부로 다룰 때 나타나는 효과는 매우 큽니다. 로열티는 적지만 일 잘하는 직원이 등을 돌릴 수 있습니다.



5. 벌여놓은 관계망에 대한 고려 없는 일방적인 신뢰 파기

중요한 것은 비지니스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급자와 유통망 등 회사에 얽혀있는 법인과 개인에게 비상 조치는 일종의 사인(sign)을 보낼 수 있습니다. 향후 계속 장기간 거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메세지를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결제가 일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사전 커뮤니케이션 없이 일방적으로 공급량을 줄일 경우에는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떨어집니다.



6. 자격 미달인 비상 상황 관리자가 등장

비상 상황을 계기로 과거에 잘 나갔던 "형님"들이 다시 경영 전면에 등장할 수 있습니다. 비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예전의 리더가 돌아오는 것이죠. 기업 입장에서는 마지막 승부수일지 모르겠지만 실무에서 이제 막 크고 있는 대리, 과장급에게는 더 이상 비전을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비상 상황에서 원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고 다른 자리에 잠시 몸을 피해 있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진정한 문제의 싹은 제거되지 않고 곧 재발하게 됩니다.



7. 필수 백오피스의 폐기

위기마다 영업인력을 증대하고 백오피스의 숫자를 줄이는 게 유행입니다. 영업이 사람을 늘린다고 비례해서 좋아지는 단순한 직무일까요? 오히려 기업에 필수적인 기능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던 백오피스가 사라지면서 기업이 장기간 가지고 있었던 기업 정보, 재무, 기술의 노하우가 사라지는 일을 맞게 됩니다. 나중에 그 자리에 사람을 다시 배치한다고 해서 사라진 기능과 지식이 다시 살아나지는 않습니다. 이런 성격의 부서는 산에 나무를 심는 것 같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제 기능을 하게 됩니다.



8. 성급한 비상 반복으로 인한 위기에 대한 내성

비상 조치도 자주 내리면 소용이 없습니다. 직원들이 더 이상 내성이 생겨서 반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거래처가 질려 버립니다. 특히 중간관리자들은 비상 상황에서 마땅히 취해야 할 행동을 나중에는 취하지 않습니다. 정말 늑대와 왔을 때도 양을 돌보지 않는 일이 벌어집니다.



9. 고용인이 피고용인을 남으로 간주

근본적으로 이 위기를 함께 넘어가 보자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공감대 없이는 위기로 기업이 얻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기업이 위기를 넘어가는 자신감을 갖는 것은 전사적으로 위기를 함께 넘어서는 경험을 취할 때 입니다. 특히 고용인이 피고용인을 남으로 간주하고 위기의 책임을 자신을 제외하고 직원에게서만 찾을 때 회사 내에는 이후에는 회복할 수 없는 불신 비용이 넘쳐나게 됩니다.



10.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비상 상황의 연출

비상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이 기업은 왜 성장을 멈추고 위기를 맞았을까요? 이미 지쳐버린 직원들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수동적 조직이 된 것이 한 몫 합니다. 비상 상황에도 아무 것도 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위기를 전달하고 중계할 뿐 아무도 책임있는 사후조치를 실제 결정 짓지 않습니다. 위에만 바라봅니다. 자신의 일을 하지 않고 소문을 쫒고 잘 보이려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비상 상황은 연출되고 극복은 정신승리 수준으로 이루어집니다.



누군가는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아마 더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일수록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고 더 정신 차려야 회사는 위기를 다시 맞지 않을 것입니다.





작가의 다른 콘텐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