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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Feb 03. 2018

비싼 돈 내고 남과 같아지기

전략은 재무와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몇 년간의 업무 자료를 다시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많은 보고서와 실행 안을 보면서 몇 년간의 시간과 특히 회의를 하고 고객을 만난 시간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모니터를 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보다 더 남과 달라지는 것'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답을 알면서도 하지 못했던 이유들은 '회사 언어 번역기'를 통해 남겼지만 왜 우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브랜드의 위기'를 말하면서 더 남과 같이 되려고 하는지에 대한 아이러니에 빠져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company2change



올 겨울 가장 웃긴 장면 중 하나는 모두가 배경이 되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행이지만 길거리에는 검은 롱 패딩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너무 비슷해서 사람을 헛갈리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그 와중에 검은색 롱 패딩만 아니면 남과 다른 포인트가 되는 스트릿의 묘한 풍경이 있었습니다. 획일화라는 단어라면 다들 싫어하는 젊은 세대에서 획일화를 돈 주고 하는 것은 유행인지, 아니면 실용주의의 극단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입니다. 



사실 이런 움직임은 스트릿 패션에만 있지 않습니다. 스트릿 패션을 만드는 패션 산업과 패션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외식 산업, 화장품 등 고객을 매장에서 직접 만나는 대부분의 산업군에서 비슷한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두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내세우지만 겉으로는 비슷한 메뉴를 출시하고 결국 가격과 가짜 CRM인 프로모션 남발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저렴하지도 기능적으로 뭔가가 하나 더 있지도 않은 브랜드가 부지기수입니다. 사람들이 덜 오는 유통 채널만 가도 지루한 매장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싼 가격으로 남과 다르지도 않은, 같은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현대차가 생각하는 '브랜드'에 대한 현실과 실적 위기를 다룬 아티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을 보면서 깊이 공감한 것은 이것은 '현대차'만의 생각은 아니며 그것을 위시하는 패스트 팔로워로 살아온 한국 제조업 대부분이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21990482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정리 차원에서 일독을 권합니다]



산량이 브랜딩이라고 실적이 브랜딩이라고 현장에서 돌아가는 모습은 그런 회사가 많습니다. 보고서로는 브랜딩을 뭐라도 정리하기 위해서 일을 벌여놓고 사후에 우리 브랜딩이 어떻고 인재상이 어떻다고 하지만 실제 회사 경영진이 브랜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재무 실적을 논하는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관심도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그들이 강조하는 현장에서는 언급한 대로 고객에게 '비슷한 가격 혹은 비싼 가격으로 옆에 걸린 상품과 같은 것을 사가'라고 암묵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 회사에서 일할 때는 전략을 논하는 역할을 하는 부서의 책임자가 회의 석상에서 비용만 이야기하는 아이러니를 몇 번 경험했습니다. 나아갈 방향보다는 재무 실적에 모든 것을 맞추고 있는 것이죠. 옆에 앉은 재무팀장이 머쓱할 정도로 이 분은 숫자를 토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량적인 세계를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의 자랑은 몇 년을 이어온 튼튼한 브랜딩이라고 하니 지금 이 회사의 부진도 무리가 아닌 듯싶습니다. 



물론 이 회사도 다른 회사들처럼 배경 정도로 그치면서 살기 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파격적인 시도를 일부라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비즈니스 모델로 살아가는 모습. 그 비즈니스 모델이 쇠퇴하는 것과 함께 최후를 맞겠다는 결연한 의지는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가는 운동선수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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