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는 숫자로만 본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판단이 어려운 게 있습니다. 내가 지금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이미 발탁되어 젊은 나이에 요직에 앉아 있거나 나이가 계속 먹는데 말도 안 되는 대우를 받는 경우라면 비교적 간단히 판단이 서지만 대부분은 그 중간쯤, 대략 70% 비중으로 끼어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 정당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영 차별적인 수준까지는 아닌, 그 정도의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며 남들도 이렇게 사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게 대부분입니다. 대우가 약하다고 결심을 할 때는 대부분 쳐지는 게 오랜 기간 느껴질 때죠.
연봉 협상을 '협상'답게 할 수 있는 직장이라면 연봉 협상 때, 이직을 하는 과정이라면 처우를 협상할 때 이 70%의 마음으로 팩트와 아닌 것을 헛갈리면서 정당한 대우에서 점점 멀어집니다. 물론 협상이라는 여지가 존재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죠.
많이 들어본 말이지만, 어른은 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않습니다. 숫자로 말합니다. 팩트의 변화만 유의미한 대우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격려, 잠깐의 비전을 심어주는 전망들을 들었다고 해서 실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 정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이미 숫자로 성의가 표시되어야 하는 게 어른들의 방식입니다. 숫자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속마음은 다르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틀리지 않습니다. 특히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과 나와의 대우 차이가 클수록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 같이 시작하는 사업이어서 서로 어렵고 덜 받는 것이라면 납득할만한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연봉이 약해도 나중에 더 올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가슴 뛰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미 조직이 큰데 말로 위로하고 격려하지만 숫자가 적은 것은 요식 행위일 뿐입니다. 단 몇 마디로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을 아낄 수 있는 일에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아직 경험이 적어서 혹은 순진해서 숫자와 말의 가치를 아직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를 봅니다. 급여를 받는 입장에서 급여만큼 나를 인정해주는 시그널은 없습니다. 현대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말로 돈을 덮는 경우는 드뭅니다. 물론 메이저리그 스타 선수인 '마이크 트라웃(Mike Trout)' 경우처럼 더 많은 돈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선수는 역사적인 성적을 오랜 기간 내고 있지만 리그 최고의 돈 대신 상당한 돈을 받고 원래 뛰던 팀 LA Angels에서 계속 선수생활을 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여기가 우리 집이라면 나의 의지로 돈을 조금 덜 받고 환경을 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의가 아닌 타의로 설득되는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먼저 이런 판을 설계한 사람의 의도는 자명합니다. 비용 절감이죠.
연말이 다가오면서 처우에 대한 고민이 있을 시기입니다. 한 해 돌아보고 계약서를 생각하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수준의 미래에 일어날 팩트입니다. 나도 회사도 어른입니다. 어른은 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않는 것 정도는 모두 이웃집 집들이 갈 때부터 배웠기 때문이죠.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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