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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Feb 02. 2021

미팅 후에는 산책을

소프트 파워라면 가장 중요할 소프트 파워

가끔 얼굴 표정 관리가 안돼서 사회생활에서 손해를 보는 일이 있습니다. 누가 한 말 때문에 너무 당황하거나 화가 날 때 눈동자를 어디 둘 지도 모르겠고 미간을 조심하지 못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나마 마스크를 쓰고 미팅을 하는 요즘은 좀 낫죠. 하지만 여전히 미팅 전체의 내용과 달리 한 꼭지에서 생긴 당혹감과 불쑥 찾아오는 염세주의는 여전히 떨치기 힘듭니다. 저는 10년 이상 사회생활을 했지만 여전히 싫어하는 사람과는 눈을 마주치지 못합니다. 미팅에서도 그렇죠. 알지만 잘 안됩니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꼭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감정적으로 흐르는 것은 결국엔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이건 얼마 전 출간한 제 책에서 말씀드린 당장 내일 그만둘 것처럼 일하는 것과는 약간 결이 다릅니다.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 혹은 신뢰할만한 사람 등이 최고의 동료를 뜻하는 직장에서 감정적인 사람은 자신이 가진 열정을 저평가받는 일이 잦습니다. 미팅에서 받는 당혹감과 분노를 어딘가로 급성으로 날려버려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쉽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산책을 합니다. 미팅이 끝나면 혼자 나갑니다. 찬 바람이라도 잠깐 쐬면서 객관적이 되려고 생각합니다. 마치 길에 있는 나무를 보면서 화학 원소로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생각하는 것처럼 있었던 일을 피상적인 나열로 만들기 위해 머리를 스스로 다듬습니다. 가짜 긍정이죠.



옛날 신입 사원 때 임원과 식사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옆 자리에 앉은 너스레 좋은 친구가 새삼 뻔한 질문을 했습니다.


"임원이 된 비결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너무나 사람 좋은 표정으로 바뀐 그 임원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다소 뻔한 말로 그 자리를 빛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적극성, 단어가 갖는 무게를 알게 된 것은 꽤 시간이 흐른 뒤였지만요. 그만큼 부정적인 상황과 생각, 수동적으로 살고 싶은 나와 동료들 사이에서 그 단어들은 늘 나를 힘들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찬란한 음악을 듣습니다. 그저 나를 지킬 생각으로 말이죠. 어느 날 찾아온 직장 생활이라는 현타 자체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 인위적인 상황을 만듭니다. 걷고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그러면서 익숙해집니다. 익숙해지면 조금 낫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치 수학 시간에 개념을 처음 배울 때 힘들다가 곧 좋아지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수학 문제가 쉬웠던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지만요.



오늘도 미팅 후 걸었습니다. 조금 추운 게 오히려 더 낫고 미세먼지도 없는 하늘이 좋았습니다. 생각 더미에 매몰되어 집으로 가져오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을 주고 싶지 않기에 걸으며 곧 익숙해졌네요. 여러 분은 어떻게 벙커에서 빠져나오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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