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할 수 있는 학습을 찾아서
일을 통해 커리어를 성장하는 것은 이상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 문화가 있는 직장 자체가 흔치 않죠. 매번 새로운 주제를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면서 일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너무 부분적이고 오퍼레이팅의 효율만 생각하면서 때로는 강압적이고 수직적 구조에서 기존 프로세스를 바꾸는 게 보고서 몇 글자 고치는 것 이상의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 내가 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직장은 이런 기회를 보장해 줄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곳은 쉴 틈 없이 바쁜 곳이 많지만요. 사실 너무 새롭거나 너무 바빠서 수직적 구조가 안되면 너무 다행이죠. 새로운 방법을 테스트하고 실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환경을 즐기지 못한다면 괴로울 수밖에 없겠죠.
'월급 루팡'이라는 말을 이해합니다. 하는 만큼 대우해 주지 못하고 해 봤자 인정받지도 못하는 구조라면 이런 말 나올만하죠. 하지만 길게 보면 월급 루팡의 피해자는 근로자 자신입니다. 침몰하는 배 속에서 월급 루팡을 하면 하는 시간만큼 업계에서 봤을 때 경쟁력을 점점 잃어가고 결국 배와 함께 침몰하거나 그냥 바다에 뛰어내리는, 아주 좁은 선택지를 갖게 됩니다. 잠깐 월급 루팡을 하면서 새로운 배를 찾거나 배를 하나 만드는 것은 나쁘지는 않은 선택인 것 같지만요.
월급 루팡을 하면 가장 아까운 것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삶에서 돌아보면 벌써 몇 년차라는 생각이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간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그 조급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는 일에 깊이 뿌리내리고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경험이 필요하죠. 일을 가장 열심히 하고 있을 때가 사실 가장 덜 불안해야 맞는 것입니다. 일을 열심히는 하는데 불안하다면 과거 방식대로 누가 시켜서 하기 싫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지도 모릅니다. 새로움에 대한 제안을 내가 못한다면 새로움을 받아들이기라도 해야 하죠.
기획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스터디하고 데이터 직군은 새로운 기술을 스터디합니다. 영업은 새로운 고객을 찾고 영업 시스템을 배웁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생존을 위해서죠. 누가 시켜서 일하는 연차는 점점 지나가고 누군가에게 시켜야 할 때 잘 시킬 수 있을지, 끌고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 않도록 스터디를 하는 것이죠.
스터디는 자격증을 따거나 인증을 받거나 외부 모임에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완결되지 않습니다. 실적으로 포트폴리오에 남겨져야 하죠. 이론과 달리 실제를 마주하면 챙겨야 할 변수가 너무 많고 그 시간 자체가 자산이 됩니다. 다음에 이런 과제를 할 때 남들과 달리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관점을 갖게 되죠. 지금 혹시 방법론을 위에서 모를 때 내가 방법론을 주장하고 제안해서 일에 써먹어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만큼 매력적인 이력서도 별로 없으니까요.
회사에서 선배가 어느 날부터 안 가르쳐 줄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먼저 제안해 보라는 의미로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것은 다 가르쳤고 이제 거기에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독창적인 뭔가를 기대한다는 뜻입니다. 안 가르쳐 주면 먼저 제안을 해 보면 내가 나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원론적인 이야기를 남기는 것은 성장에 목말라 있고 스터디는 많이 하는데 정작 업무의 영역으로 들고 들어오지 못하는 친구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입니다. 충분히 많이 알면 자신감으로 지르고 안되면 할 수 없는 것이죠. 일단 요 앞에까지만 한 걸음 더 나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