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전략을 잃어버린 브랜드가 망가지는 수순
마이클 포터의 '경쟁 우위 전략'에서 비용우위, 즉 가격 차별과 함께 한 축으로 다룬 것이 '차별화 전략'입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압도적인 생산량을 토대로 무척 낮은 비용으로 저가 전략을 어느 컨텐츠 등 국내에 들여오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브랜드들도 가격으로 맞불을 놓을 것인지, 차별화된 특성으로 살아남을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기가 이미 지난 감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든 일관성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죠. 항상 문제는 오도가도 못하는 어정쩡한 실행에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IMF 이후 글로벌 시장 개방에 따라 차별화라는 낭만이 있던 브랜드들은 어중간하면 다 사라지는 현상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 국내 브랜드들은 최근의 소비성향을 파악하여 글로벌이 놓치고 있는 시장에 빠르게 침투한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사라진 브랜드들은 그동안 갖고 있는 '차별화'라는 고객가치, 비교 우위를 왜 놓치게 된 것일까요?
대표적인 원인은 변화보다는 현재 플랫폼에 안주한 것이 큽니다. 언젠가 이 브런치에서 다루었던 '고객조사'에 대한 아티클처럼 변화하려는 기업가적 DNA가 사라진 것이 원인입니다. 시장이 변하는 상황, 즉 사회학적 현상의 변화나 경쟁강도의 변화, 도구(통신,운송)의 변화에 따른 정보획득 원천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가만히 예전처럼 그 플랫폼, 프레임 위에 열심히 일하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다음과 같은 수순으로 보통 브랜드는 망가지게 됩니다. 이같은 사례는 가전, 가구, 의류 등 사라진 브랜드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과거의 성공에 취한 강력한 리더십이 존재합니다. 호황기에는 영업이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고 확산 전략만 펼치게 됩니다. 전략부서는 강력한 리더십 아래에서 안테나의 역할보다는 리더십의 보조 수단과 같은 일을 할 뿐입니다. 문제 의식이 실종되다보니 실무자들도 새롭게 알아야 할 정보에 둔감하게 됩니다. 과거에 고객조사한 패턴대로 또 열심히 컨텐츠를 준비합니다.
같은 조사 방법, 같은 타겟을 대상으로 비숫한 프레임으로 피드백하기에 나오는 아웃풋도 별 다르지 않습니다. 예년에 했던 것과 큰 차이없는 수준에 몇가지 기능을 더하고 디자인 부분적으로 손댄 것이 이어집니다. 이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교조화 되어 버립니다. 기존에 성공한 것이 있으니 이것에 문제의식을 갖는 실적이 아직 크지 않은 아랫 직원들의 질문은 '반역'이 되는 거죠.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신입 사원이나 혁신적 성향의 관리자부터 나옵니다. 자기가 영위하는 생활 양식을 이야기 하면 윗선에서는 교조화된 논리에 맞지 않다고 뭉게 버리기 때문입니다. 사회학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면 변화의 흐름에 처음 들어선 많은 신생기업이 등장하게 되고 우수 인력들은 변화에 올라탄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정도가 되면 회사에는 '우수하다고 잘못 정의된 인재((?)'와 '외부 이동 포기자'만 남습니다.
문제는 대응하는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서 깨어있는 리더는 변화에 맞게 사업구조를 바꿨을텐데 이미 그마저의 희망도 없다면 곧 실적은 무너지게 됩니다. 다들 걱정을 합니다. 그러나 이미 바꿀 동력(안테나부터)을 잃어버렸기에 곧 무능한 리더는 가격을 낮추기 시작합니다. 사실 말단 리더는 사업 자체를 손대지 못하고 기능조직이 잘게 나눠지면 바꾸려고 해도 속도가 늦죠. 매년 비슷한 제품이 점점 안 팔릴 뿐입니다.
이미 문제 의식 자체가 사라졌을 때부터 각 부서간 정보 공유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적이 나빠지면서부터는 다투게 되죠. 특히 잘못된 목표지표를 고수하는 회사일수록 가격이 낮아지고 디자인이 진부화되니까 연구조직, 생산조직, 영업조직 간 답없는 '폭탄 돌리기'를 진행합니다. 책상 머리 경영이슈에 따라 목표수치가 바뀌고 중요도가 달라지니 부서간 반목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내부 프로세스가 많아지고 조직 외부에 대한 관심이 더 줄어듭니다.
어차피 매년 식상한 상품이 고객 큰 트렌드에 따라 변화되지 못한채 나오니 재고를 만들지 않으려면 할인이 갈수록 더 빨리, 더 큰 할인율로 진행됩니다. 유통채널에서 브랜드는 가치를 잃고 '싼 브랜드' 혹은 '싸고 구질구질한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할인이 일상화되니 정상적인 가격에서는 덜 팔리고 수익구조는 악회되기 시작합니다.
판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수익을 잡기 위해 단기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 특히 하부조직으로 갈수록 원가를 잡는 일에만 열중합니다. 극단기 조치지만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하죠. 덜 좋은 소재, 필수적인 기능들을 쓰면서 기존에 그나마 괜찮았던 기본적인 품질도 잃게 됩니다. 판매율은 더 떨어지게 되고 이 쯤되면 연구조직과 생산조직 모두 힘없는 사람들만 남아서 자포자기 상태가 됩니다.
안 팔리니 자원 투여를 줄이게 됩니다. 개인 사업이라면 어차피 이 정도되면 자금이 말라버릴 것이고, 기업 집단의 한 파트라면 투여자본을 줄이게 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시작이 변화에 대응한 것이 아니기에 변화에 적응한 건강한 시장은 이 브랜드와 다르게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돈을 부어도 잘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이 브랜드만 사업이 축소되고 있는 겁니다.
이미 A급 유통망은 상품이 진부화 되는 시기에 철수 당해 있고, 초반 비용이 덜 들어가는 구조의 유통망이나 지방, C급 채널 중심으로 판매처가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다운사이징이 되면서 남아있는 이마저도 최소 운영비용을 맞추지 못하니 철수하게 됩니다. 여전히 단기 숫자, 과거 성과지표에 맞추어진 회사라면 안 좋은 곳으로 점점 더 가면서 있는 자원도 구매력이 떨어지는 곳에 묻게 되고 찾아볼 수 없는 브랜드가 됩니다.
이 다음은 버티는 만큼 버티다가 사라지는 겁니다. 다시 매출과 브랜딩이 하락하고 어디에도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되죠. 이 사이 단기적인 성과로 아주 단기적인 구조 변화 등 귀납적인 것을 연역적으로 처리하면서 실제 결과물은 한 발자국도 나아지지 못하거나 곧 과거로 돌아오는 결과를 낳습니다. 리더십부터 조직 외부에 쓰는 시간, 시장의 변화를 인지하는 프로세스 등 큰 관점에서 큰 리더가 책임지고 디테일을 못 바꾼다면 이 퇴보 속도는 가속이 붙으면서 빨리 다가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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