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Nov 27. 2022

이직은 공헌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가 아닌 기여

소위 말하는 '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30대 후반인데 팀장인 것과 아닌 것, 30대 중반인데 일을 같이 하는 파트원이 있는 것과 없는 것 같은 것 말이죠. 나중에는 작은 곳이라도 C레벨인가 아니면 좀 더 큰 곳에서 C레벨이 아닌가를 두고서 커리어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블라인드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신만의 답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 사이에서 질문을 한 번씩을 더 해봅니다.



'자리'는 중요합니다. 직위든 직무든 누구 앞에서 조직을 리딩한 경력이 있는지는 실제 커리어 가치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더 그런 고민들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자리'는 '공헌'의 결과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회사는 유기체입니다. 살아있습니다. 매달 조직 개편을 하는 회사도 있죠. 어제의 동료가 내일엔 보스가 되기도 하고 신입이 팀장이 갑자기 되어 있기도 합니다.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일수록 이런 부분은 조금 더 심하고 고인물 파티인 회사에서는 이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덜 하기는 하지만 건강한 조직은 늘 역량을 중심으로 사람을 수시로 평가합니다.



그래서 높은 '자리'로 이직을 하는 것도 좋지만 내 역량이 조직 내에서 대체 불가하고 계속 성장할 수 있는가가 성공적인 이직의 첫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서 높은 자리에 앉았지만 성과를 당장 보여주기 어렵고 새로운 공헌을 조직에서 할 수 없다면 그 자리는 곧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거나 없어지기 때문이죠. 회사의 이직 포지션 직무 기술서를 보고 내가 가진 것으로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가 선택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직은 가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가서 잘 되기 위해 하는 것이니까요. 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이직은 지금으로부터 떠나고 싶은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어렵습니다. 가서 더 잘 되어 다음이 있어야 좋은 이직이란 건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실전에서는 쉽게 잊히기도 합니다. 




"왜 거기로 갔어요?"



누군가가 이직한 부서와 직위를 보고 이렇게 묻는다면 정확히 할 말이 있어야 합니다. 



"팀장을 해 보고 싶어서요."
"C레벨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물론 이런 대답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 자리를 통해 실제로는 기여할 계획이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냥 자리만 보았고 거기서 뭘 할지 이미 예열되어 있지 않다면 금방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일에 나의 흐름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곧 처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회사는 필요 니즈에 따라 조직과 직무를 바꾸기에 자리에만 의미 부여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커리어에 의미가 없습니다. 어디 있어도 공헌할 수 있는 위치 선정을 하면 티가 날 수밖에 없기에 내가 가서 티가 날 곳에 내가 있는 게 가장 좋은 이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포기와 희생이 필요한 이직도 있습니다. 기존에는 리더의 역할을 맡았지만 팔로워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군에 랜딩한 시간이 필요한 경우죠. 잘 알지 못하는데 리더로 가서 당장 내 실력을 기대 수준보다 절하당하는 것보다는 좋은 처우로 팔로워가 되는 게 적응할 시간을 벌면서 기대치보다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기여할 수 있는 포지션에 만족할만한 처우면 충분합니다. 기회는 또 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이직은 즐겁고 재미있는 커리어의 여행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역시 다음 여행도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에서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