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깐깐하게 접근해서 나쁠 게 없는 아웃소싱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하나의 방향을 가리켜야 합니다. 초콜릿 브랜드의 브랜딩 가치가 '프로포즈 때 쓰는 사랑의 메신저(5초만에 쓰자니 진부하기 짝이 없네요;;)'라면 초콜릿의 맛부터 여성들에게 가장 선호되고 로맨틱하다고 생각되는 맛과 함께 포장지의 디테일, 포장 방법, 유통 채널, 프로모션의 방법과 내용, 심지어 교환/반품에 관한 판매사의 응대까지 모든 것이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것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시장이 세분화되는 모든 컨텐츠에 이런 전 분야에 대한 브랜딩을 컨트롤 하기에 하나의 역량으로 세워진 기업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을 다 브랜딩 있게 관여해야 하는 근원적인 딜레마에 봉착해 있습니다.
30대 이상이어야 함께 러닝했던 가수 '브라운 아이즈'만 봐도 작곡은 윤건이 맡고 메인 보컬과 앨범 디자인까지는 나얼이 맡았지만 그것의 퍼블리싱부터 홍보 등의 일은 한 가수만 할 수 없기에 소속 기획사, 기획사가 의뢰한 외주 포토그래퍼, 홍보 업체 등이 나누어서 일을 진행했을 겁니다. 회사도 그렇습니다. 제과 회사라면 고객이 선호하는 맛을 찾고 그것의 원료를 구해 직접 공장에서 과자를 만드는 것까지는 할 수도 있겠지만, 과자 포장지의 디자인이나 혹은 인쇄와 포장 작업, 소비자 게시판 관리와 불만 접수 콜센터, 혹은 회사에서 쓰는 전산 기기에 대한 관리와 사무 용품, 마트에 있는 판매사의 채용과 관리까지 맡기는 어려워 외주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컨텐츠 기업에서 가장 많이 외주를 맡기는 것이 유통 채널의 인테리어와 판매사 채용과 관리, 생산 단계에서 공장의 설비 문제로 급히 돌리는 것들일 것입니다. 이런 아웃소싱은 컨텐츠의 유통화가 진전되면서 극단적으로 모든 것을 직접하거나 핵심적인 것 한 두개 외에는 대부분을 아웃소싱을 주는 등의 형태의 선택으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웃소싱, 외주 업체를 쓰는 것의 실태는 어떻습니까? 실무자들은 편하게 쓰던 업체를 별 평가 없이 몇 년째 쓰고 있고, 관리자들은 오히려 부정을 일삼는 대상으로 외주를 쓰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외주가 많은 부서일수록 계약과 재계약에서 유혹이 많고 실무자들은 굳이 어렵게 업체를 새로 찾고 뚫어서 협상할 보람을 느낄 수 없을 때가 많은 것입니다. '주인의식'을 이야기 하기에는 이것을 모니터링 하는 것도 없고, 새롭게 외주 업체를 찾고 굴린다고 해도 그것이 관리직의 성과로 인정해주는 장치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일을 편하게 하는거냐'라는 식으로 외주에 대해 반대하는 자기 생각 중심인 경영진 덕분에 실무자들은 이것도 저것도 다 요구받고 실제 아무 것도 못하는 일만 벌어지고 퇴사하는 수순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은근히 새고 있는 돈,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본 막대한 손해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회사들이 작은 복리후생에 드는 비용을 걸고 넘어지고 자신이 아는 분야에 대해서만 실무자들의 권한을 앗아서 마치 비용을 잘 쓰는 것 같이 만족하지만, 이런 회사일수록 아웃소싱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는 전사적으로 알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전혀 없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영역으로 남아있고, 세부 내용은 모르고 큰 결과값으로만 통제하려하기에 시장의 추세와 기술의 변화에 따른 당연한 비용 변화의 모멘텀은 인식하지 못하고 돈이 새게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또한 독소조항이 있는 계약이나 장기적으로 불리한 구조의 계약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지 않고 '승인'하는 나머지 실무자만 곤경에 처하고 아무리 열심히 일을해도 성과가 날 수 없는 환경도 생기게 됩니다.
항상 한 두 업체를 기준으로 정하면 안됩니다. 특히 계약 실무자와 업체와의 관계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떻게 찾았는지, 누가 쓰고 있는지 등의 배경을 명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경험상 발품 파는 만큼 외주 업체는 잘 구해지는 것이지 시장에서 많이 쓸 정도의 업체면 이미 가격의 프리미엄을 더 받고 있기에 항상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초창기에는 함께 초창기인 업체의 가능성을 보고 동반성장하는 것이 좋은 사례지, 처음부터 비싼 돈을 내고 엄청난 명성과 크기의 외주 업체와 계약을 맺어 공급 협상력을 약화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자사의 규모에 거의 비례한 업체를 찾되 전세 구하듯이 찾는 발품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디테일한 견적을 알아야 합니다. 세부 부품과 수입 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모른다면 이 사업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외주에 맡기되 외주의 기술력과 바잉파워를 외주 주는 것이지 우리 회사의 수익 구조를 외주 주는 것은 아닙니다. 디테일한 견적을 볼 수 없다면 볼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든지 배워나가야 합니다. 잘못된 대기업의 관리자는 '내가 그런 것 까지 알아야 해?' '다 알아서 하는 게 아웃소싱이지' 이런 식의 사고로 모럴해저드를 일으킵니다. 디테일한 견적을 꼭 받아보고 거기 나오는 내용을 모조리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테일에 관심이 없는 업체는 끝까지 외주 업체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계약의 기본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기준을 세팅하는 것입니다. 특히 아웃소싱 계약의 비용과 성과가 초과 달성했을 경우에 파트너쉽으로 연속하는 계약이나 인센티브를 사전에 합의 하는 것이나 납기와 단가,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한 보상금 기준을 사전에 셋업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금전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기업 상호간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영속적인 경영이 가능한 토대를 만듭니다. 많은 크고 작은 기업들이 '이런 것까지 조항에 넣고 그러냐, 넘어가자', '우리는 서로를 믿습니다'라고 계약 전에 말하지만 실제 일이 틀어지고 난 다음이나 예상치 못한 효과를 얻을 경우에 갈등을 넘어 사생결단 하지만 결국 둘 다 어정쩡한 계약으로 실익은 없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웃소싱도 우리 회사의 부서처럼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계열적인 추세입니다. 품질과 단가 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변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시장 전반적인 변화 추세에 비해 어떤 수준의 변화인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외주 업체에 속고 있거나 외주 업체를 관리하는 우리 직원에게 속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그 공정에 대한 모니터링 뿐 아니라 그것을 통해 나온 재공품이 들어가는 제품의 수익 추세에 따라 이것을 더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언제까지 어떤 조건 내에서 전개할 것인지 전략적인 의사결정도 필요합니다.
2번의 디테일 견적을 다루면서 먼저 나온 내용이지만, 우리의 수준이 외주 업체와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대체 원료와 대체 공정 방법을 나눌 수 있을 정도의 노하우를 알거나 그 토양 정도는 갖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디테일 견적을 보는 부서가 단순히 외주 업체에 모든 것을 일임하고 거기서 들은 것만을 가지고 아는 척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내부에서 이것을 평가할 때 사전에 시장의 동향과 재료와 공정의 대안 정도는 추론해 볼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은 갖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웃소싱을 하는 방법을 알아도 무엇을 아웃소싱 줄 것인가가 핵심적인 사전 질문입니다. 기업의 역량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우리가 차별화된 것은 무엇이 있는지, 저의 많은 아티클에서 다룬 '나 다움'에 대해 회사는 일하는 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나누고 알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늘 형성되어 자칫 외주 업체를 자신의 시장을 차지할 호랑이 새끼로 키우지 않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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