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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Apr 26. 2016

수익 분석이 의미 있을까

같은 제품 팔 것도 아닌데

수익 분석은 오랜 기간 경영의 주요한 관심거리였습니다. 매 분기마다 혹은 매년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수익 분석을 오랜 시간 하고 이것을 토대로 다음 분기, 혹은 내년의 수익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의 기초 자료로 삼았습니다. 이 작업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고 또 대안을 만드느라 몇 일씩 실무자들이 야근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수익 분석이 제대로 대안이 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요? 이미 만든 상품이 팔린 것을 분석하는 것이 향후 팔 상품의 수익을 극대화 하는 데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만약 매년, 매 시즌 변하지 않는 '쌀'을 판다고 생각해봅시다. 어떤 종자의 쌀이 어디서 얼마에 팔리는데 각각의 유통 수수료는 얼마가 들었는지 일정한 기준의 그래프 위에 품종별로 표시를 하면 보기에 멋진 사분면이 만들어지고 거기 일정 허들이나 사분면을 기준으로 할 것, 말 것으로 나뉘어져서 내년에 더 팔아야 할 품종이 정리되고 아예 심지도 말아야 할 품종도 한 눈에 보일 것입니다. 그러면 현재 유통 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단기간에 수익을 더 뽑아낼 수도 있는 양적 전략의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템이 '쌀'처럼 매년 품질과 셀링포인트의 큰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모델이 바뀌는 주기가 점점 짧아져서 몇 년 전 모델의 판매 추세와 이익구조가 바뀐 지금의 모델에 적용될 여지가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품이 다른데 분석을 같다고 '가정'하고 같은 틀에 넣어서 할 수는 없습니다. 소비재는 그 변화가 더 심합니다. 1년 뒤에 팔 것은 이름만 같지 지금 팔고 있는 것과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서 소비자의 구매 포인트가 다른 것입니다. 이런 성격의 상품을 쌀처럼 사분면에 놓고 무엇이 잘 팔렸고 무엇을 더 만들자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상품을 1년 전으로 돌리자'라고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상품 분석이 단기간의 미래에 하지 말아야 할 상품을 선별하는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하면, 채널에 대한 분석은 세부 플랜트 하나하나는 의미가 없고 이것의 공통적인 성격을 파악하여 진출해야 할 채널을 재정리하고 사업 구조를 다시 짜는 데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채널은 하나하나 건드릴 수 없고 전략적으로 선택할 곳에 대한 큰 방향이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같은 상품과 채널에 대한 분석을 단순히 그 자체, '도구에만 몰입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을 아무 재해석 없이 그대로 지금의 그림을 흐트러뜨립니다.



제품의 수명이 짧은 사업이라면 이런 분석에 시간을 1분 이상 쓰는 것은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것은 기업의 혁신에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과거의 데이터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엑셀 실력을 늘릴 목적이 아니라면 제품 분석, 채널 분석에 쏟을 시간을 개개인이 각자의 어설픈 수식으로 걸어 놓지 말고 전체적으로 아주 간단한 보조 지표로서 보여주는 수준에 그쳐야겠습니다. 이미 세운 가설에 대한 검증이라든지 정보 출처 등 상품과 채널이란 결과물을 만들게 된 근거에 대한 결과 분석을 위해서 말이죠. 중요한 것은 결과값 자체가 아닌 그것이 나온 설계에 대한 해석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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