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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May 12. 2016

불신비용

기업 내부에서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 한 비용

서로를 믿는다는 것은 이젠 어쩌면 '순진한 생각'에 그치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가족과 종교기관에서도 서로를 믿지 못할만큼 상처주고 곪은 것들이 터지는 일이 심심치 않게 많으니까요. 살기 팍팍한 것은 어디 편하게 의지할 대상이 사라지고 있고 이런 고민들을 나 혼자 결국 감당해야 하는 몫이 커지는 데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이익으로 모여있는 '회사'라는 것은 더욱 '서로를 믿는다'라는 말에 더 가능하지 않는 곳으로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꿈꾸는 직장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일하는 것입니다. 규모가 크든 작든 서로를 믿을 수 있고 서로가 알아서 우리의 비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뛰는 회사. 그런 회사는 이제는 신입사원의 맹목적인 믿음이 사라진 30대 직장인 혹은 그 이상의 연배에서 꿈꾸는 영원한 실락원일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로 지금 우리의 직장은 무척 이익위주이며 무한 경쟁 중입니다. 그것이 기업 외부의 문제만이 아닌 내부의 문제라는 것이 더 팍팍한 삶을 조성하는 것이겠죠.



신뢰는 기업 내에서 상당히 많은 비용을 줄입니다. 물론 이런 성과는 마치 전업주부가 집안일을 하고 육아를 하는 가치가 GDP에 포함되지 않는 것처럼 중요하지만 측정할 수 없습니다. 그냥 옳은 리더가 감으로 알고 직원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드러나기에 다들 알고는 있지만 말할 수는 없는 무척 '신비한' 종류의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 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엄격한 법치주의같은 무신뢰의 신뢰입니다. 개인을 나누고 평가하고 정리합니다. 모든 정보는 검열을 받고 검증을 거치게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믿었지만 모든 장치들을 한 방향으로 서로를 믿지 말라고 말하고 서로를 넘어서라고 팀웍을 호되게 나무랍니다. 아슬아슬한 팀웍이죠. 언제든 서로의 등을 노려도 이상하지 않은 살얼음 위의 스케이팅.



불신은 매우 '경영'스럽게 보입니다. 측정이 주인공이 되고 모두 까발리는 것이 만병통치약처럼 등장하지만 정작 이런 피로함은 정말 중요한 것이나 비리를 밝힐만큼 자유롭지 못합니다. 덕분에 많은 회의와 보고서, 전산으로 모두에게 열람되는 피곤한 실적까지 '독려'를 위한 동기부여 저하를 가져옵니다. 어디까지 고민을 나눌 수 있고 어디까지 고민을 나눌 수 없는지 직장 내에서는 치열한 수싸움으로 번집니다. 이 과정에서 '라인'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만약 많은 도구들이 난무한다면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봐야 합니다. 도구가 없어서 화려하지 않아서 우리가 이렇게 피곤한 것일까요? 보고가 느려서 사업이 안되는 것일까요? 서로를 더 미워하지 못해서 더 잘못을 까발리지 못해서 사람이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경영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하지 못해 그렇게 많은 기업들이 무너진 것일까요? 왜 혼자가 아니라 여러명이 한 사무실, 한 건물에서 일하는지 모아둔 사람들은 왜 이 공간적 유대감을 누리지 못하는지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비전은 액자나 현수막에 그냥 누군가가 정해서 걸려있고, 실제 일하는 시간보다 보고서를 만드는 시간이 더 많고, 하는 일이 딱히 없고 실무자가 만든 것을 단편적으로 태클거는 직무가 있고, 경영진은 일단 모은다음 아무 말도 못한 채 간만 보고 있다면 이 모든 기업 문화가 변하는 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립니다. 이 때야말로 기업 문화를 바꾸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기업 문화를 행사를 바꾸고 CI를 바꾸고 사무실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 사람을 바꾸고 보상과 처우의 방법을 바꾸고 직급 체계를 바꾸고 호칭을 바꾸고 회의 등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바꾸고 권한과 책임 요소를 바꾸고 측정의 범위를 바꾸고 서로를 바라보는 위치를 바꾸고 서로 잘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로를 힘들게 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잘 될 수 있으니 신입 때처럼 자발적으로 무엇이라도 하려는 믿음. 그런 사람들이 혹 실패하거나 좌초하거나 자기만의 고집으로 무언가를 한다해도 찬물을 끼얹지 않는 믿음. 그게 필요합니다.



중요한 일을 중요할 때 하고, 새로운 시도가 편하게 여기저기서 이루어질 만큼의 여유가 있는 기업은 결코 팍팍한 기업에 비해 성과를 못 낼 리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바꾸어서 직원들을 살리고 직원들을 통해 회사를 바꿔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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